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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특허 출원 현황에서도 중국은 1992년부터 2023년까지 82.8%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그 뒤를 미국(7.5%), 한국(6.34%), 유럽(1.92%), 일본(1.52%)이 잇고 있다. 미국 내 출원인별 출원건수에서도 중국기업 DJI와 오텔(Autel) 로보틱스가 전체 출원 건수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관련 기술 특허도 중국이 전 세계의 38.6%로 기계부품, 항행·교통관리, 인프라, 서비스, 인증·시험평가, 미래기술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부문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은 2023년부터 중국 드론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2024년엔 DJI를 수출 규제 기업 명단에 올리고 군사기업으로 지정함과 동시에 국방수권법(NDAA)으로 안보 위협 여부를 평가해 수입 중단까지 거론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무인기 및 부품 수출통제를 시행했으나 1년 만에 완화했고 올해는 희토류 등의 대미 수출 통제를 일시 유예하며 대응 중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중국산 드론 판매 금지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재개 여부가 향후 시장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와 UAM 등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시장은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중국산 eVTOL의 미국 내 인증을 사실상 제한하며 중국은 ‘저고도경제’ 계획을 통해 1000m 이하 영공 내 비행 인프라 구축과 버티포트(이착륙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2026년에는 상하이, 쑤저우, 난징 등 주요 도시가 각각 200개 이상의 eVTOL 이착륙을 지원하는 버티포트 구축을 예상하기도 한다.
2024년도 드론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드론 제작업체의 부품 국산화율은 동체를 제외한 대부분 부품에서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단기간 내 국산화율을 크게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국제적인 드론 생태계 모델을 조성하는 것은 ‘K드론’의 출발점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경직된 규제 관행에서 벗어나 ‘드론 규제 샌드박스’ 같은 혁신적 규제 모델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에 의뢰해 조사한 드론 규제준비도 평가 결과 주요 13개국(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G7 포함) 중 한국은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준비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드론 산업이 규제 완화와 혁신적 정책 추진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쇠몽둥이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저성침(磨杵成針)의 실천력이 필요한 때다. 꾸준히 선도자를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빠른 모방자) 전략만이 부품 국산화와 기술표준화라는 큰 성과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