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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인데 종부세 내라고요?[세금,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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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자I 2026.10.09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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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025년 11월, 김 씨는 5년치 종합부동산세를 한꺼번에 내라는 세금 고지서를 받았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종부세를 다시 계산해서 내라는 고지서였다.

김 씨는 2007년 증여받은 경기도 하남의 낡은 집이 하나 있었고, 2009년 매입한 후 임대를 주고 있는 서울 성동구 주택이 있었다. 여기에 2024년 5월 상속받은 강남구 주택에 42.5%의 지분이 있었다.

종부세 고지서를 날린 관할 세무서에서 눈여겨 본 것은 성동구 주택이었다. 김 씨는 2012년 강남구청에 성동구 주택에 대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후 2013년부터 종부세 임대주택 합산배제를 신고(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택은 종부세 계산에서 배제)했다. 8년간의 임대의무기간이 끝나자 2020년 임대사업자 등록은 말소된 상황이었다. 세무서가 김 씨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됐음에도 종부세 합산 배제를 계속 받았기 때문이다. 하남, 성동구, 강남구 집까지 하면 김 씨는 다주택자로서 내야 할 종부세가 너무 컸다.

그런데 김 씨가 세무서에 딴지를 걸고 나선 것은 하남의 낡은 집이었다. “폐가나 다름 없는 집에 종부세를 내야 한다고요?” 김 씨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하남 집이 종부세 대상 주택이 아니라면 김 씨가 내야 할 세금도 좀 줄어들 것이란 바람 때문이었다.

본 이미지는 인공지능(AI)가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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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의 낡은 집, 안 살아요. 아니 못 살아요”

김 씨가 보유한 하남의 낡은 집은 1950년에 지어졌다. 등기부등본상 목조 초가지붕 단층주택과 시멘브록조 슬레이트 지붕 단층주택, 총 70제곱미터(㎡) 규모의 작은 집이었다. 김 씨는 노후 목조에 시멘트 블록 건물로 지붕과 벽체가 붕괴됐고 화장실, 창문, 창틀이 심하게 파손돼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 집에 살고 있지도, 이 집을 임대하지도 않았다. 2007년 증여받은 이후 전기, 수도 사용 내역 자체가 전무한 데다 계량기조차 설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 주택은 1급 발암물질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시공돼 주택으로 이용할 수 없는 위험 시설물”이라며 “2009년부터 석면 함유 자재의 사용이 전면 금지됐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철거를 적극 권고하는 위험 시설물”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하남의 낡은 집이 얼마나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집인가를 입증하기 위해 전문업체에 정밀안전진단까지 맡겼다. 올해 2월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하남 집은 종합 평가 E등급, 불량을 받았다.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E등급을 받은 주택은 즉시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하거나 새로 지어야 하는 최하 등급이다. 그리고 4월, 김 씨는 아예 그 집을 허물어버렸다. 건축물 대장도 말소됐다.

김 씨의 주장은 비교적 명확해 보였다.

“그 집이 수리해서 쓸 수 있었다면 임대를 했을 것이다. 보수 공사 비용이 개축 비용보다 과도하다. 나대지나 다름 없는 상태의 주택이었다. 그런데 이런 집에 종부세를 내라고?”

그동안 재산세는 꼬박꼬박 잘 내더니...

세무서는 김 씨의 하남 집에 직접 가봤다. 세무서가 본 하남 집은 외벽과 기둥이 콘크리트로 시공, 거주할 수 없을 정도로 붕괴 직전의 상태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출입문은 막혀 있었으나 창문 상태도 양호하다고 봤다. 김 씨 주장 대로 하남 집은 지붕과 벽체가 심각하게 붕괴되고 기울어져있다고 보이지 않은 것이다.

‘폐가’란 건축법상 건축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벽이 허물어지고 지붕이 무너진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 내부 공사만으로 주택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세무서는 주장했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 현재 상태로 따져서 세금을 부과하는데 김 씨가 하남 집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 E등급을 받은 것은 올해 2월, 해당 집을 부순 것도 올해 4월이기 때문에 2021~2025년까지의 종부세를 내는 것은 이와 무관하다고 봤다.

더구나 하남 집은 2005년부터 매년 개별주택가격이 공시돼왔다. 하남시는 해마다 해당 집에 대한 재산세를 매겼다. 김 씨가 재산세를 납부하는 것에 대해선 한 번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세무서는 문제로 제기했다. 이에 김 씨는 종부세와 재산세는 별개의 독립된 과세표준을 적용하는, 전혀 다른 세금이기 때문에 재산세를 낸다고 해서 반드시 종부세도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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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면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조세심판원은 김 씨의 하남 낡은 집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조심2026서2459)은 해당 집은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서 노후화되긴 했으나 지붕, 창문, 콘크리트벽이 그대로 인데다 훼손된 부분을 수리하고 수도, 전기를 공급하면 주거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이를 ‘주거용으로 잠재적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씨가 긴 세월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재산세를 내온 것도 심판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김 씨가 하남 집이 낡아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라고 E등급의 진단을 받고, 철거를 했지만 5년치 종부세를 바꾸지 못했다.

세무서가 김 씨의 종부세를 들여다 본 출발점은 ‘말소된 임대사업자 등록’이었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돼 종부세 합산 배제가 더 이상 안 되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종부세를 적게 내다가 덜미가 잡힌 것이다. 뒤늦게 철거한 하남의 낡은 집은 이미 지나간 5년의 세금 앞에서 아무 힘을 쓰지 못했다.

※ 이 기사는 조세심판원 결정례를 바탕으로 사건의 흐름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실명과 일부 구체적인 금액은 심판원 결정문에서 공개되지 않아, 확인된 사실관계 범위에서만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다만 인물의 성(姓)과 배우자 간 호칭 등 일부 요소는 가독성을 위해 임의로 설정했으며, 이는 실제 결정문에서 특정되지 않은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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