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25%는 엔비디아, 나머지는 월가가 CDS 사상 최고…버리 "성경적 규모" 경고 손성원 "'고객이 스스로 샀을까'가 판단 기준"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엔비디아가 반도체 기업에서 금융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아폴로·블랙스톤·블랙록·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 등 월가 6대 금융사와 5000억달러(약 706조50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자금조달 플랫폼을 만들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구조로, 시장에서는 벌써 ‘뱅크 오브 엔비디아’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딜이 22조달러 규모 사모자본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자산군’을 만드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의원들과 면담하기 위해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번 딜의 핵심은 ‘위험의 이전’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GPU 가치 하락 위험의 최소 25%를 스스로 떠안는 구조를 짜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이번 딜로 부담이 컨소시엄에 넘어가고 엔비디아 대차대조표는 부담을 지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초 대비 90% 가까이 뛰며 사상 최고 수준(약 80bp)에 근접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전문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엔비디아의 무리한 확장이 순환지출을 “성경적(천문학적) 규모”로 키우고 있다고 엑스(X)에 썼고,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큐반은 이번 구조가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닷컴버블 시절 기업공개(IPO) 붐에 비유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거래 조건 공시 미비와 담보 중복 위험을 경고했고, AI 업계의 장부 밖 지급 의무는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집계를 합쳐 총 2조달러에 육박한다.
이 같은 자금 유입은 GPU·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를 밀어올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에도 파급되고 있다.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경영대학 재무·경제학 교수는 1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파이낸싱 다변화 자체는 건강한 현상”이라면서도, “엔비디아나 구글의 자금 지원·보증이 없었어도 고객이 그 구매를 했을까”라는 질문에 답이 “아니오”라면 순환금융을 의심해야 하는 ‘노란 경고등’이라고 짚었다. 그는 고객이 독립적 현금흐름을 갖고 있고 대출기관이 실질적 위험을 지며 시장 조건대로 거래가 이뤄지고 보증·특수관계 노출이 투명하게 공시될 때만 이 구조가 건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