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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대신 희망 보여주고파"… 한국 빛내는 '다문화 태극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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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희 기자I 2026.10.02 0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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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비웨사, 한국 국적 없어 제약 컸지만
10년간 귀화 노력 끝에 韓대표로 AG출전
필리핀 혼혈 이해란, 여자농구 金 주역으로
재일교포 허미미, 할머니 유언따라 韓 선택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예선에서 겪은 실격 오심은 기억에 없고요. 딱 적절한 타이밍에 온 ‘액땜’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 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팀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왼쪽)와 나마디 조엘진이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 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팀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왼쪽)와 나마디 조엘진이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 한국 신기록(38초43)을 작성하며 동메달을 목에 건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23·안산시청)는 유창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탄탄한 체격과 피부색, 한국식과는 거리가 먼 이름 때문에 언뜻 외국 선수로 보이지만 그는 대한민국 육상 국가대표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비웨사는 중학교 3학년 때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전문 육상 선수의 길을 걸었다.

지난달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메달 시상식.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팀 서민준(왼쪽부터),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로가 메달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메달 시상식.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팀 서민준(왼쪽부터),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로가 메달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엘진·비웨사·이해란까지…달라진 태극전사 얼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비웨사처럼 다문화·이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곳곳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고 있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종목 가운데 하나가 육상이다. 비웨사와 함께 남자 400m 계주 동메달을 합작한 나마디 조엘진(20·예천군청)도 다문화 가정에서 성장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조엘진은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 키 186cm, 몸무게 80kg의 탄탄한 체격에 큰 눈과 짙은 피부, 곱슬머리 등 외모는 일반적인 한국 선수들과 다소 다르다. 이름 역시 아버지의 성씨인 ‘나마디’와 천주교 영세명 ‘조엘’, ‘보배’를 뜻하는 한자 ‘진(珍)’을 합쳐 지었다. 하지만 조엘진은 스스로를 ‘뼛속까지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여자농구 금메달의 주역 이해란(23·삼성생명)도 다문화 가정 출신이다.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둔 이해란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한국 최고의 농구선수’라는 꿈을 키웠다. 프로 데뷔 후 정상급 포워드로 성장해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존재감은 뚜렷했다. 최대 승부처였던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신장 226cm의 장쯔위를 전담 수비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고, 결승전에서도 맹활약했다.

메달 물어보는 이해란.(사진=연합뉴스)
메달 물어보는 이해란.(사진=연합뉴스)
남자 농구대표팀의 에디 다니엘(19·SK)은 아프리카계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 유도 간판 허미미(24·경북체육회)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다. 2021년 ‘한국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유언을 따라 한국 국적을 선택했고,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인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허미미는 1일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몽골의 아리운자야 테르비시를 유효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핑 국가대표 팔미아노 카노아 희재(19) 역시 필리핀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출신이다. 서퍼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서핑을 시작한 카노아 희재는 이름은 이국적이지만 ‘토종’ 한국인이다.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나 필리핀 국가대표를 선택할 수도 있었고 어린 시절 실제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지만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니콜라이스 마줄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에디 다니엘(오른쪽)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니콜라이스 마줄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에디 다니엘(오른쪽)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편견의 벽 넘어…“다문화 선수들의 희망 되고파”

다문화 가정 선수들의 활약이 늘어나고 있지만 태극마크에 이르는 길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경기 안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비웨사는 어린 시절 한국 국적이 없어 전국 규모 대회 출전과 체계적인 육상 교육에 제약을 받았다. 어머니가 10년 넘게 귀화를 위해 노력한 끝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비웨사는 이후 본격적으로 전문 훈련을 시작했다.

서핑 유망주 카노아 희재에게는 비인기 종목의 현실이 또다른 벽이었다. 안정적인 후원을 구하기 쉽지 않았고, 해외 전지훈련은 물론 대회 출전 비용까지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후원업체들도 처음에는 ‘카노아’라는 낯선 이름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의 꿈을 위해 직장을 내려놓은 아버지와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의 헌신 덕에 카노아 희재는 결국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석한 팔미아노 카노아 희재.(사진=카노아 희재 인스타그램)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석한 팔미아노 카노아 희재.(사진=카노아 희재 인스타그램)
조엘진은 성장 과정에서 다문화 가정 선수라는 이유로 편견을 마주했지만, 자신이 겪은 차별을 후배들에게는 ‘가능성’으로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혼혈이라는 것 때문에 편견 어린 시선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엄마의 격려 덕분에 더 힘을 냈다”면서 “내가 앞으로 다문화가정 선수들의 희망과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고 말했다.

2023년 기준 국내 초·중·고교 다문화 학생은 약 18만명으로 전체 학생의 3.5%에 달했다. 전체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엘리트 스포츠에서도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다문화 배경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내면서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 몽골 아리운자야 테르비시를 상대로 승리하고 금메달을 따낸 허미미가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 몽골 아리운자야 테르비시를 상대로 승리하고 금메달을 따낸 허미미가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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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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