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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오늘]무선교신 오해가 만든 비극…125명 사상 낸 고모역 추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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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I 2026.08.08 0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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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교체 공사 중 통신 혼란
전방주시 태만까지 겹쳐 대형 사고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03년 8월 8일 오전 7시 14분께 대구 고모역과 경산역 사이 경부선에서 부산행 303호 무궁화호가 앞서 정차해 있던 2661호 화물열차를 뒤에서 들이받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2명이 숨지고 123명이 다치는 등 모두 1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추돌 충격으로 무궁화호 6호 객차는 크게 찌그러졌고, 승객들은 깨진 유리창과 출입문을 통해 긴급 대피했다. 소방과 경찰은 구조대원과 헬기 등을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사진=SBS 캡쳐)
(사진=SBS 캡쳐)
사고 원인은 단순한 기관사의 실수가 아닌 무선교신 오해와 전방주시 태만, 안전수칙 위반이 겹친 ‘인재’로 조사됐다.

당시 고모역~경산역 구간에서는 경부고속철도 공사로 신호기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일반 신호 대신 무선 교신에 의존하는 ‘통신식 운행’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고 당일 고모역 역무원은 화물열차 기관사에게 “정상 운행하라”고 지시했다. 역무원의 의도는 공사 구간에서는 시험 중인 신호를 무시하고 통신 지시에 따라 정상 속도로 운행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화물열차 기관사는 이를 “신호를 지키며 운행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점멸 신호에 따라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서행했고, 이후 경산역 사령실과 교신하는 과정에서도 혼선이 이어졌다.

그 사이 뒤따르던 무궁화호는 고모역으로부터 “속력을 줄여 운행하라”는 지시를 받고 출발했다가 선로 위 화물열차를 뒤늦게 발견했다. 기관사는 추돌 약 40m 전에서 급제동을 시도했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무궁화호 기관사의 전방주시 태만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선로 구조를 고려하더라도 약 150m 전방에서 화물열차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기관사는 이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기관사는 안개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현장에는 약 1㎞ 앞까지 식별 가능한 옅은 안개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철도 운영 시스템의 허점도 드러났다. 당시 규정상 공사 구간에는 한 번에 한 대의 열차만 운행해야 했지만, 화물열차가 아직 구간을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궁화호의 진입이 허용됐다. 전방 장애물을 감지해 열차를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고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는 “누가 무궁화호 출발을 승인했는가”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철도청 부산지방사무소는 역장의 책임이라고 주장했고, 고모역 측은 사령실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맞섰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안전 운행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부산 철도청 운전사령에게 금고 2년, 화물열차 기관사와 고모역 역무원, 고모역장에게 각각 금고 1년 6개월이 선고됐으며, 무궁화호 기관사와 공사 책임관리원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고모역 열차 추돌 사고는 무선교신의 작은 오해와 기관사의 부주의, 운행 통제 실패, 안전 시스템의 허점이 복합적으로 겹쳐 발생한 대표적인 철도 인재로 기록되며 이후 철도 공사 구간 운행 절차와 안전 규정 강화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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