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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애’ 과시하더니…딸 친구 수면제 먹여 다음 날 살해[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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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원 기자I 2025.09.30 00:00:30

사형 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대법, 무기징역 확정
“심신장애 볼 수 없어” 원심판결 유지
범행 도운 딸 장기 6년·단기 4년형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2017년 9월 30일 낮 12시 20분경. 이 씨(36)는 딸 이 아무개 양(14)에게 친구인 A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으로 데려오게 했다. 자택에서 이 씨는 A양에게 수면제 성분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해 잠들게 한 뒤 추행했다.

다음날인 10월 1일 오후 12시 30분께 A양이 깨어나 저항하자 이 씨는 A양을 넥타이와 수건 등으로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도 영월군 야산에 유기했다. 이 씨의 정체는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은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그가 초등학교 때 집에 놀러왔던 A양을 알고 있었고 성적 욕구를 해소할 범행대상으로 선정한 뒤 딸과 함께 A 양을 집으로 유인할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씨 집 냉장고에는 전날 미리 준비해 둔 수면제가 담긴 음료수병이 들어있었다. 이 씨는 이 음료수를 마시고 잠 든 A씨를 성추행했고 다음날인 10월 1일 딸이 외출한 사이 오후 12시 30분쯤 잠에서 깬 A양을 살해했다.

이 씨의 치밀함은 범행 도주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 씨는 A양을 살해한 1일 오후 5시 18분쯤 딸과 함께 검은색 여행 가방을 차량에 싣고 블랙박스를 뗀 채 강원도 영월군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다. 이 씨는 다음날인 2일 오후 7시쯤 강원 정선군 한 모텔에 입실해 얼마간 머문 뒤 이른 새벽 서울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숙소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두고 나오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아울러 A양 유기 후엔 시신을 담았던 여행용 가방에 마네킹을 대신 넣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A양을 살해한 후 알리바이를 세우기도 했다. 이 씨는 A양의 시신을 유기한 다음날인 지난 2일 딸과 함께 촬영한 동영상에서 “자살을 마음먹고 영양제통 안에 약을 넣어놨는데 A양이 모르고 먹었다”고 말했다. 자살하기 위해 준비해놓은 수면제를 A양이 실수로 먹어 사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씨가 ‘어금니 아빠’로 불려지며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12년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였다. 지난 2005년 이 씨는 자신과 똑같은 병을 갖고 태어난 딸을 살리려 애쓰는 모습을 한 방송에서 공개했다.

당시 방송에서 이 씨는 자신이 앓고 있는 희귀 난치병 ‘거대 백악종’으로 턱뼈와 잇몸을 제거했고 어금니가 한 개만 남은 상태라고 밝혔다. 아울러 딸에게도 유전된 사실도 함께 화제가 됐다.

이후 이 씨는 홈페이지 운영과 자신의 삶을 책으로 펴내는 등 방법으로 후원금을 모금해 왔다. 지난 2007년 이 씨가 발간한 책 <어금니 아빠의 행복>은 가진 것도 없고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딸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어금니 아빠’의 희망 이야기라고 소개돼 있다.

이후에도 2009년엔 미국 시애틀과 로스 앤젤레스 한인 타운 등에서 딸이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 가면을 쓰고 전단을 뿌리며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2월에도 이 씨는 방송에 출연해 ‘유전성 거대 백악종’을 앓고 있는 딸의 투병생활을 소개했다.

아울러 경찰조사 결과 이 씨가 과거 지적·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지난 2015년 11월 지적·정신장애 2급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복지카드를 발부 받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 씨는 지적장애 3급·정신장애 3급으로 중복장애 합산 기준에 따라 지적·정신장애 2급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씨와 같은 장애 등급을 받은 장애인을 지능지수가 35~60 미만으로, 일상생활의 ‘단순한 행동’을 훈련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복지 혜택까지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지난 10여 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돼 매달 170만 원가량의 복지 혜택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 중랑구에 따르면 그는 2005년부터 올해 9월까지 생계급여 100만 원과 장애수당, 주거수당까지 포함해 매달 170만 원가량을 받았다.

이 씨는 고급 승용차 여러 대를 운전했는데 2000cc 미만의 외제차 한 대만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했다. 이 차는 시가 4000만 원 넘는 외제차였지만 배기량이 1999cc여서 재산 기준에서 빠졌다. 중랑구에 따르면 지체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의 2000cc 미만의 차량은 재산 산정 기준에서 제외된다. 이 씨가 제도의 허점을 의도적으로 노리고 복지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수백만 원짜리 강아지를 사고 판 정황이 포착됐으며, 그와 숨진 부인이 온몸에 한 문신 비용도 수천만 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됐다.

1심은 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간등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씨에게 “피고인은 변태성욕 성향을 동반한 변태성욕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망한 자기 처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 약자에 대해 동등하게 보지 않고 성적욕구 해소 대상으로 봤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죄책감,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피고인이 처음 피해자를 유인·추행·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까지가 모두 치밀하게 준비·계획·시행됐다고 볼 수 없고 살인 범행은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며 “범행 직전 피고인이 정신 불안과 성적 욕구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비정상적 심리 상태에 있었던 점, 피고인의 살인범행 재발 우려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없는 점, 어려서부터 정서적으로 열악한 상태로 일반인과 달리 왜곡된 가치 체계를 가지게 됐고 재판 과정에서 미약하게 남아 이를 바로잡으려 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를 자신의 처로 착각한 나머지 범행했다’는 이 씨의 심신장애 주장에 대해 “이씨가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씨 주장을 참작하더라도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며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은 대법원에서 1·2심이 선고한 장기 6년·단기 4년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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