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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A씨는 경상남도 양산시 모 아파트 동대표를 맡고 있던 C씨로부터 같은 아파트 다른 동대표인 D씨(62·여)를 소개받았다.
D씨는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늘렸다”는 C씨 말을 믿고, 지난 2017~2018년 4차례에 걸쳐 부산 기장군, 경남 밀양시 등 토지에 대해 총 11억 6500만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는 실제 거래가보다 1억 원 부풀린 액수였다. 이를 알게 된 D씨는 2018년 12월 C씨와 A씨에게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두 사람의 내연관계를 폭로하겠다고도 했다.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D씨는 결국 두 사람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D씨는 이들로부터 부동산 근저당을 설정받아 소유권 이전 합의를 받고서야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A씨와 C씨는 합의 내용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D씨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하거나 식물인간으로 만들기로 공모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에게 2300만 원을 건네고 범행에 끌어들여, 차량으로 D씨를 들이받는 역할을 맡겼다.
A씨와 C씨가 범행을 공모할 당시 통화 내역에는 “소문나지 않게 처리하고, 바로 죽이지 말고 식물인간으로 만들자”는 취지의 대화가 담겨 있었다.
범행 당일인 2019년 4월 5일 오전 7시 30분께 B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함께 탑승한 C씨는 범행 지점으로 미리 지목하여 둔 양산시 한 버스 정류장 사거리 부근 횡단도로에 도착해 도로 상황을 확인하며 D씨 살해 계획을 모의 실행했다.
같은 날 오전 9시 39분께 D씨의 이동 상황을 살핀 B씨는 사거리를 횡단하는 D씨의 모습을 보고 차량을 급가속하여 D씨를 들이받은 뒤 약 17m를 그대로 주행했다. 충격으로 공중에 튕겨 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진 D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검찰은 애초 이들 일당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은 A씨와 B씨에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C씨에겐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사실상 ‘청부살인’이라고 판단했고, 계획적 살인의 법정 최저형은 징역 15년이지만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심원들 다수가 징역 10년을 선고한 것을 존중했다.
1심 선고 직후 이들은 모두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는데 재판 사흘 뒤인 같은 해 11월 D씨가 저혈압성 쇼크로 숨졌다. 이에 검사는 2심에서 공소사실을 살인미수에서 살인으로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죄를 인정했으나 역시 1심 배심원들 판단을 존중해 형량은 유지했다. 이후 해당 사건이 상고심까지 거치는 동안 이들은 줄곧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