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다오스타, 포도·검은 빵 축제 알프스 목축 전통 '데사르파' 행진 피에몬테, 화이트 트러플 사냥 체험
[이데일리 김은아 기자] 입맛 도는 천고마비의 계절, 이탈리아 북부는 풍성한 미식 축제로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갓 수확한 곡식과 과실을 즐기는 축제가 전역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축제에서는 알프스 자락의 청정한 자연에서 자란 포도와 트러플, 신선한 치즈를 맛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알프스 고봉에 둘러싸인 산악지역 발레다오스타주(사진=이탈리아 관광청)
알프스 고봉에 둘러싸인 산악지역인 발레다오스타주는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화려한 풍경을 완성한다. 9~10월에는 제철을 맞은 포도와 밤, 꿀, 사과 등 지역 특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린다. 중세마을 바르드에서 열리는 야외 미식 축제 ‘마르셰 오 포르’가 대표적이다. 축제 기간 마을에는 수많은 부스가 차려지고, 생산자가 직접 만든 치즈와 수제 소시지 등의 음식, 지역 특산 꿀과 사과, 산딸기로 만든 잼 등을 판매한다. 샹바브와 도나스 등 대표적인 포도 생산지에서는 포도축제가 열린다.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검은 빵(사진=이탈리아 관광청)
10월 중순에는 발레다오스타주 전역에서 ‘검은빵 축제’가 열린다. 검은빵은 산악지역에서 잘 자라는 검은 호밀로 만든 빵으로, 저렴하면서도 저장성이 뛰어나 산악지역의 전통적인 서민음식으로 꼽힌다. 축제는 가을 무렵 마을 공동 돌화덕에서 대량으로 호밀빵을 구워 겨울나기 음식으로 나눈 데에서 유래했다. 축제에서는 마을 화덕에서 구운 전통 검은빵을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 북부 발레다오스타주의 농경전통 축제 '데사르파'(사진=이탈리아 관광청)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농경 전통 축제 ‘데사르파’도 특색 있다. 과거 목동들은 알프스의 눈이 녹는 6월 초 암소떼를 고산지대 목초지에 풀어놓았다가 9월이면 가축을 이끌고 마을로 내려왔다. 이 무사귀환을 기념하는 축제가 데사르파다. 색색의 꽃과 종으로 꾸민 암소떼가 마을을 행진하고, 목동과 주민들은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춘다. 마을 한편의 작은 장터에서는 목공예품과 가죽제품, 수제 종을 판매한다. 고산지대서 짜낸 우유로 만든 신선한 폰티나 치즈도 맛볼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피에몬테 포도밭 전경(사진=이탈리아 관광청)
발레다오스타와 맞닿은 북부 지역 피에몬테주는 고품질의 와인과 트러플 산지로 유명하다. 가을에 피에몬테를 찾으면 갓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와 지역 식재료를 맛보고, 지역 사람들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피에몬테 구릉지대는 ‘와인의 왕’ 바롤로 등 수준 높은 와인과 화이트 트러플의 산지다. 가을은 포도 수확과 트러플 채취가 맞물리는 시기로, 다채로운 미식축제가 연이어 열린다. 이 시기에 피에몬테를 찾으면 화이트 트러플 사냥에 참여할 수 있다. 화이트 트러플은 인공재배가 거의 불가능해 야생에서만 채취할 수 있는 귀한 식재료로, 법적 승인을 받은 전문 사냥꾼 ‘트리풀라우’와 협회 인증을 받은 사냥개 ‘타부이’가 호흡을 맞춰 찾아낸다. 관광객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은 트러플의 종류와 사냥개 훈련 방법 등에 대한 교육, 숲속을 탐험하며 개가 땅을 파헤쳐 버섯을 찾아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시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후 갓 캐낸 트러플을 넣은 타야린 파스타와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와인 등을 곁들인 식사도 즐길 수 있다.
피에몬테주 브라에서 열리는 미식축제 '브라스' 현장(사진=이탈리아 관광청)
브라는 슬로푸드의 본고장으로, 9월 중순 미식 축제가 열린다. 홀수 해에는 세계 치즈축제가, 짝수 해에는 지역 미식특산물을 중심으로 한 ‘브라스’가 열린다. 치즈 축제기간에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과 북미, 남미 등 세계 각지의 소규모 생산자들이 직접 만든 수천 종류의 치즈를 시식하고 구매할 수 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와인과 맥주, 잼, 과일 등을 곁들이는 페어링 테이스팅 세션에도 참여할 수 있다. 시내 여러 광장에는 길거리 음식과 푸드트럭, 수제맥주 부스가 열린다. 브라와 피에몬테를 넘어 이탈리아 20개 주의 음식을 맛보는 자리다.
올해 축제 ‘브라스 2026’에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미쉐린 스타 셰프 카를로 크라코, 안토니노 칸나바츄올로 등이 참여한다. 피에몬테의 전통 식재료인 송아지 살시챠와 포카치아, 쌀, DOP 등급의 브라 치즈를 활용해 대중적인 스트리트 푸드부터 하이엔드 요리까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축제 기간에는 도심 곳곳에서 라이브 연주가 이어져 미식과 문화가 어우러진 여행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