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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VR빌딩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벤처기업 투자 지분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가 현실과 맞지 않아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숫자로 떨어지는 절대적인 가치평가 수식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합의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2018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부터 적용된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때문에 생겨난 문제다. 과거 벤처캐피탈은 벤처기업의 취득 원가를 장부에 반영해왔지만 IFRS9은 모든 지분상품(비상장주식 포함)에 대해 공정가치로 측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경우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평가 기관에 따라 다른 가치가 산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VC투자 활력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각기 다른 벤처 평가 기준…시장 혼란 가중”
벤처캐피탈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채 석 달이 안 된 정 회장은 벤처기업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꼽았다. 그만큼 현장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감사인마다 다를 경우, 각 LP들의 감사인에서 평가를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 회장은 “VC는 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에 대해 감사를 받고, 이 결과를 LP와 주주들에게 보고한다”며 “하지만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IFRS9체제 하에서는 없기 때문에 LP나 주주들의 감사인이 평가에 대해 동의하지 못할 경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펀드에 출자한 LP의 감사인에서 문제제기를 했다면 다시 평가를 해야 하는데 평가 비용을 어디에서 부담을 할 것인지도 문제다”며 “또 만약 펀드에 출자한 모든 LP가 문제제기를 할 경우 도대체 몇 번을 평가해야 할지 절차상의 문제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만약 펀드에 출자한 LP가 10곳이라면 10번을 평가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한 LP가 두 개의 펀드를 통해 동일한 기업에 투자를 했는데 이에 대한 평가가 다를 경우에도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복잡해진 회계 이슈로 인해 민간 LP들이 벤처투자를 꺼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VC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리스크다. 중장기적으로 민간 중심의 VC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는데 이를 가로막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합리적 가이드라인 제시해 시장 혼란 없앨 것”
정 회장은 이해관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상장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한 가치를 함께 산정해보자고 하는 것”이라며 “절대적인 가치는 존재할 수 없지만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합리적인 방법이어서 공정한 평가라고 동의하는 수준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FRS를 주도하는 유럽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정 회장은 “유럽에서도 IFRS를 도입하면서 벤처기업 공정가치 평가 수식을 만들지는 않았다”며 “다만 유럽 프라이빗에쿼티(PE)협회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현지 회계법인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특정 가이드라인을 중요한 레퍼런스로 삼겠다는 시장 합의만 이뤄지면 많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벤처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2년 당시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이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회계처리지침’을 제정했고,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반영해 개정했다. 다만 업계에 통일된 가이드라인으로 영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 회장은 “2011년 이후 사안이 자꾸 바뀌고 여러 새로운 사례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VC 심사인력과 감사를 하는 회계법인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에서 일부 예외를 허용한 것에 대해서는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투자한 벤처기업에 대해 공정가치 산출을 위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경영 부담이 큰 경우 원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일부 예외를 허용했다. 그는 “아무런 지침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달리 적용할 수도 있다는 발표를 당국에서 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시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어떻게 함께 줄일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평가 절차와 방법 등과 관련해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회계기준원, 한국거래소 등 이해관계자와 논의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컨센서스를 이루고 향후 수정된 안을 금융당국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촉법 통과로 민간 주도 생태계 조성해야”
벤처투자촉진법(벤촉법) 통과도 주요 과제다. 정 회장은 “언제까지 정부가 벤처투자 생태계를 주도할 수는 없다”며 “결국 민간 매칭(matching)이 늘어야 하는데, 벤촉법 통과로 벤처투자가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벤촉법은 민간 주도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해 벤처투자 제도를 시장친화적 관점에서 체계화, 단순화한 것이다. 중기부가 작년 말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 여야 관계가 급랭하면서 계류된 상태다. 벤촉법이 통과되면 벤처투자조합과 창업투자조합이 벤처투자조합으로 일원화되고 투자업종 규제가 기존의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뀐다.
그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정책에 맞춰서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차원이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며 “벤처투자도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정체성을 갖고 스스로 자금을 모아 투자하고 엑싯(exit)해 배분하는 생태계가 구축되는 레코드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인력에 대한 문화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벤처투자 산업의 특성상 전문 인력 양성에 시간이 걸리는데 예를 들어 펀드 만기가 10년인데 이를 모두 경험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IT 등 관련 산업 경력도 경쟁력이 인정되는 만큼 일정부분 운용 경력으로 인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1960년생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석사 △1981~1997년 KTB 네트워크 △1997~1999년 현대기술투자 부장 △1999~2001년 인터베스트 부사장 △2001~2005년 인터베스트 대표이사 △2005년~현재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파트너 △2019년~현재 제13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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