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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회 지도층부터 경조사 규모를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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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12.05.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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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7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이 친지 결혼이나 장례식 등에서 경조사비로 쓰는 돈이 1인당 1년에 11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이 50~70대 은퇴자 500명에게 물었더니 이들은 한해 동안 결혼식에 11차례, 장례식에는 5차례 정도 참석했다. 축의금으로는 회당 7만원, 부의금은 7만3000원을 지출했다. 이같은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응답자는 83%나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분이 두터워서' 혹은 '과거에 받아서'라는 이유로 돈을 지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경조사비다. 특히 돈이 없어도 경조사비 만큼은 줄일 수 없다는 사람이 43%나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체면과 친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고, 품위 유지에도 그만큼 의미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집안 대소사에 친척이나 친구, 지인들이 품앗이 형식으로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내 도와준 것을 생각하면 친지들의 경조사를 모른체 하고 넘어가기도 힘들다.

서로 부담느끼며 마지못해 내는 경조사비 지난해 한 취업포탈 조사에서는 직장인들이 한달동안 쓰는 경조사비가 평균 17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경조사비를 내는 이유로는 축하나 위로의 마음도 적지 않았지만 '관계 때문에 억지로 낸다' 거나 '언젠가 받으려면 내야 한다'는 대답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다. 고정적인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 경조사를 대하는 마음이 이 정도니, 은퇴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클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경조사에 호화·사치·대형화 바람이 불면서 하객이나 조문객의 부담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웬만한 전문 웨딩홀도 결혼식비가 수천만원이고, 서울시내 특급 호텔은 1억원을 훌쩍 뛰어넘기 일쑤다. 축의금 10만원을 내고도 1인분 식사비에 못미쳐 민망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게다가 경조사비가 갑을관계의 로비 창구나 네트워크를 맺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힘있는 사람일수록 경조사를 널리 알려 권세를 과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조사, 가족 행사로 ‘거품’ 축소해야 경조사비는 우리나라에서 상호부조를 통해 큰 일을 치른 보험 성격도 갖고 있다. 또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라는 점에서 일거에 없애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서로가 불편한 경조사비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사회 지도층부터 결혼식과 장례식 규모를 줄이고 가족끼리 치르겠다는 의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 등은 관혼상제의 호화·대형화 추세에 경종을 울리고, 경조사비의 거품을 제거하는데 공동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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