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는 줄고 수익성은 악화하는데 기금 산정 기준은 수년째 그대로다. 시장은 달라졌지만 행정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번 소송은 달라진 시장 상황을 기금 산정에 반영하라는 업계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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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케이블TV의 방발기금 징수율은 방송서비스 매출액의 1.5%다. 2017년 이후 같은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매출액에 비례해 기금을 걷으면 매출이 줄 때 부담액도 감소한다. 하지만 매출과 이익은 다르다. 가입자 이탈로 매출이 줄고 운영비 부담이 커지면, 매출에 연동된 기금이 실제 수익성에 비해 무거운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 수치에서도 이런 괴리가 드러난다. 관련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SO 전체 영업이익은 149억원이었지만 방발기금 납부액은 약 250억원이었다. 기금 납부액이 영업이익의 약 1.7배에 달했다. 같은 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SO 38곳도 약 95억원의 기금을 냈다.
물론 영업이익과 기금 납부액은 성격이 다른 지표다. 단순 비교만으로 현행 부과 방식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적자 사업자도 매출이 발생하면 기금을 부담하는 구조라면, 매출액만으로 사업자의 부담 능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케이블TV와 IPTV가 같은 유료방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동일한 징수율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비용 구조와 공적 역할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케이블TV는 지역 방송망을 유지하고 지역채널을 통해 지역 정보와 재난·생활 정보를 전달한다. 이 같은 지역성 유지 비용과 공적 책무를 기금 산정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정부가 설명해야 한다. 같은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 실제로도 공평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관련 법령도 분담금을 산정할 때 방송의 공공성, 방송시장 경쟁 상황, 사업자의 수익 규모와 재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경영난만으로 현행 징수율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기금을 부과하면 산정이 명확하고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법령에 명시된 요소를 어떤 자료와 기준으로 검토했고, 그 결과를 징수율 결정에 어떻게 반영했느냐다. 이번 소송은 현행 징수율을 유지한 판단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법원이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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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관련 업무가 지난해 정부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이관되면서 기금 개편은 다시 연구반 가동 단계로 돌아갔다. 부처 간 권한 조정이라는 핑계 속에 규제 사각지대에서 표류한 셈이다.
정부가 징수율을 낮추지 않기로 했다면 그 근거라도 명확히 제시했어야 한다.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형평성이나 기금 재원의 안정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그렇다면 사업자의 수익성과 지역채널의 공적 역할을 어떤 기준으로 반영할지 설명해야 한다. 검토만 반복하고 결론을 미루는 행정으로는 업계의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 산업의 발전과 공익적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성된다. 기금의 안정적 확보만큼 부담을 지는 사업자가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케이블TV의 경영 기반이 약해지면 지역 방송의 다양성과 생활 밀착형 정보 전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적 책무를 요구하면서 이를 수행할 기반이 흔들리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10년 전 정부는 통신사의 케이블TV 인수 추진을 계기로 낡은 규제를 손질하고 제도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방발기금 징수 체계는 시장 변화와 사업자의 부담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징수율 1.5%의 적정성을 넘어, 정부가 달라진 산업 현실을 정책에 얼마나 반영했는지를 묻는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것 없이 정부는 시장 상황과 공적 책무, 사업자의 부담 능력을 반영할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소송이 제기된 뒤에야 움직이는 행정으로는 10년째 멈춰 선 유료방송 개혁을 되살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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