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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요일 '문화 마법'에 빠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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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기자I 2014.03.03 07:09:19

두 번째 '문화가 있는 날' 둘러보니
영화예매시 자동할인에 카드 중복할인도
영화관·뮤지컬·미술관 관객 고루 증가
뮤지컬 참여 확대는 숙제

지난달 26일 두 번째 ‘문화가 있는 날’ 현장 모습. 무료 입장이 가능했던 예술의전당(‘아티스트 라운지’)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울관 등에 많은 사람이 몰려 공연과 전시를 즐겼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이데일리 김인구·양승준 기자] #1. “최근에 영화값이 올라 부담됐는데 싸게 볼 수 있어 좋다.” 지난달 26일 서울 상암동 CGV. 김한나(17) 양은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6시와 8시 사이에 상영되는 영화를 5000원에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엄마와 ‘영화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김양은 “평소 오전(조조할인)에 영화를 봤는데 직장 다니는 엄마와 저녁에 시간 맞춰 싼값에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극장에서 만난 문혜솔(18) 양도 “이날 날 잡아서 가족끼리 영화를 본다”며 웃었다. 김양은 지난 1월29일 첫 문화가 있는 날에 이어 이번에도 엄마·이모 식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2. “갈 길을 알려줘, 이젠 널 느낄 수 있어.” 국내 초연 뮤지컬인 ‘고스트’가 공연 중인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같은 날 오후 8시 1000석 규모의 극장을 채운 관객의 절반 가까이는 문화가 있는 날 할인혜택(20%)을 받았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에 따르면 문화가 있는 날 할인티켓은 444장이 나갔다. 지난달 문화가 있는 날 첫 시행일에 같은 공연으로 팔린 할인티켓 수는 89장. 출연 배우가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겠지만 이번 문화가 있는 날에 할인혜택을 받은 관객이 적잖이 늘어난 셈이다.

▲‘예매시 자동할인’ ‘신용카드 중복할인 허용’도…혜택 본 관객 늘고 접근 편해져

문화가 있는 날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첫 시행 때 특히 민간부문에서 부족했던 고지문제도 개선됐다. 상암 CGV 등은 티켓발매기 바로 옆에 문화가 있는 날 할인(컬처데이)을 알리는 푯말을 세워 이해를 도왔다. 할인티켓을 사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직접 예매를 해보니 해당 시간 영화 인터넷 티켓예매 시 자동으로 할인가가 적용됐다. CGV는 문화의 날 티켓 할인과 동시에 기존에 해왔던 신용카드 할인도 함께 적용했다. 뮤지컬 등 공연도 비슷했다. 우려했던 ‘할인꼼수’가 기승을 부리지도 않았다.

지난달은 첫 시행이었던 데다 설 연휴까지 겹쳐 실효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 문화가 있는 날 시행 두 달째를 맞아 극장·공연장 및 박물관 등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시민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CGV에 따르면 두 번째 문화가 있는 날 관람객 수(전국)는 전주 같은 요일·시간 대비 85.3%가 늘었다. 두 번째 달부터 할인혜택에 동참한 CJ E&M 공연사업부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그리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비밥’ 등에서 관객 수가 전날 대비 평균 10%가 늘었다”고 밝혔다.

할인혜택이 크고 무료공연까지 마련된 국·공립 문화시설에는 더욱 관객들이 몰렸다. 예술의전당의 경우 콘서트홀 등 3개의 음악당에서 열린 공연을 보러 온 관객 수가 전달 대비 44.9%(911명)가 늘어났다. 무료입장이 가능했던 창덕궁·창경궁·경복궁·덕수궁 4대 궁에도 전날 대비 최소 26%에서 최대 89%까지 방문객이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미술관이 붐볐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울관·덕수궁관 3관에는 1만 2150명이 찾았다. 전날 관람객 수인 4877명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첫 번째 문화가 있는 날은 설 연휴 중이어서 효과를 실감하지 못했으나 이번엔 확실히 관람객이 늘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내 한가람미술관에도 4992명이 다녀갔다. 전날 대비 1510명이 늘었고, 전달 문화가 있는 날과 비교하면 2412명이나 더 왔다.

▲“소비시장 확대 여부는 지켜봐야”

아쉬움도 있다. 우선 대중적인 공연이라 할 뮤지컬제작사의 참여를 늘리기는 게 숙제다. 현재 공연 중인 ‘위키드’와 ‘저지보이스’ 등 화제작들은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형 제작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따르면 문화가 있는 날에 혜택을 받고 싶은 공연 장르를 묻는 설문에서 뮤지컬을 꼽는 시민이 제일 많았다. 평소 뮤지컬 티켓값이 비싸 영화와 연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관람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뮤지컬 제작사들은 “문화가 있는 날 취지에는 공감하나 할인방식은 작품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 선뜻 나서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다. “문화가 있는 날이 수요일인데 이날 마티네(낮 공연)할인이 있어 중복문제가 있다”는 고민이 많았다. 이외에도 “티켓 오픈할 때 이미 공연 끝날 때까지의 할인방식을 정해두는데 이를 수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해외 원작자와 의견 공유가 필요하다” 등의 얘기도 나왔다.

문화가 있는 날이 소비시장 확대에 얼마나 이바지할지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극장 관계자는 “이번 문화가 있는 날은 방학기간이란 특수가 있었다”며 “티켓가격을 낮춰 더 많은 관객이 들었다고 해도 이것이 전체매출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냈을지와 실제 관객 수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가 있는 날이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근로자 노동 여건 개선이 필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소장은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에서도 무료행사가 매우 많은 나라에 속한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강도가 너무 심해 문화를 즐길 시간이 없는 게 문제다. 국민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문화가 있는 날:정부가 문화융성시대를 맞아 국민이 문화·체육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람료 무료·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날이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로 정해졌다. 다음 문화가 있는 날은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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