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호점 패서디나…K뷰티 거점 안착 스킨스캔·체험 앞세워 K뷰티 차별화 비한국인 고객 절반…객단가 국내 2배 2027년 5개점 확대…세포라와 협업도
[로스앤젤레스(미국)=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피부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 같았어요. 이 결과를 보고 나니 내가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14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대로 올리브영 패서디나점. 매장 한가운데 놓인 스킨스캔 앞에서 20대 여성 레티시아씨는 방금 받은 진단 결과를 휴대전화로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직원이 소형 기기를 얼굴에 대고 사진 6장을 찍자 모공과 주름, 열감, 트러블 수치가 화면에 떴다. LA에 사는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매장을 보고 찾아왔다”며 “기술이 정말 인상적이다. 스킨스캔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웃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에서 한 고객이 체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이곳은 CJ올리브영이 지난 5월 문을 연 미국 1호점이다. 약 803㎡(243평) 규모 단층 단독 매장으로, 400여개 브랜드의 상품 5000여종을 갖췄다. K브랜드 비중이 80%를 넘는다. 개점 두 달 반이 지난 지금도 하루 평균 1500명 이상이 찾는다.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9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주말이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선다.
매장 문을 열면 색조가 아니라 기초화장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통상 미국 뷰티 리테일러가 입구에 강렬한 색감의 메이크업이나 럭셔리 브랜드를 배치하는 것과 정반대다. 강명지 CJ올리브영 미국법인 상품기획자(MD)팀장은 “올영의 자신감”이라며 “시장이 올리브영에 기대하는 기초화장품과 우리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매장 전면에 과감하게 배치했다”고 했다. 매장 면적의 4분의 1가량을 스킨케어존이 차지한다. 맞은편에는 마스크팩 6개 매대와 선케어 4개 매대가 들어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올리브영 패서디나점. CJ올리브영이 지난 5월 문을 연 미국 1호점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에서 고객들이 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패서디나점은 400여개 브랜드의 상품 5000여종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매장 중앙을 차지한 스킨스캔과 ‘더 뷰티 랩’은 이 매장의 상징이다. 스킨스캔은 무료 피부 진단 서비스로, 결과를 고객 휴대전화로 바로 보내준다. 뒤편 커튼을 친 공간에서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15분간 일대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올리브영N 성수점 서비스를 그대로 옮겨왔다. 강 팀장은 “세포라 등 미국 현지에서는 보기 드문 서비스”라며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매장 입장 대기줄보다 스킨스캔 대기줄이 더 길었다”고 말했다. 현재 하루 평균 150명가량이 이용한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핑크색 바닥의 메이크업 구역에는 대형 거울과 메이크업 바, 컬러렌즈 매대가 놓였다. 눈동자 색까지 메이크업 루틴으로 제안한 것이다. 옆 민트색 집기의 푸드존에는 홍삼, 프로틴 등 이너뷰티 제품과 K스낵이 함께 놓였다. 강 팀장은 “협업한 글로벌 브랜드사들이 가장 놀란 게 뷰티 리테일러 안에 식품이 들어온다는 점”이라며 “외적인 뷰티뿐 아니라 이너뷰티와 무드까지 올리브영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에서 한 고객이 스킨스캔을 통해 피부 진단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스킨스캔은 모공과 주름, 열감, 트러블 등 피부 상태를 분석해준다. (사진=한전진 기자)
성과는 고객 구성에서 드러난다. 한국인과 아시아계가 많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비한국인이 절반을 넘는다. 객단가도 국내의 두 배 이상이다. 판매 1·2위는 라운드랩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과 리쥬란 듀얼 이펙트 앰플로 기초화장품이 상위권을 채웠다. 매장 개점에 맞춰 미국 전용 온라인몰도 열었다. 35달러 이상 무료배송과 현지 멤버십으로 온·오프라인을 함께 운영한다.
미국 내 확장 속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6월 LA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에 2호점을 냈고, 2027년 상반기까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매장을 5개로 늘린다.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 서부 물류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동부와 중부에도 물류 거점을 세울 계획이다. 이달 20일부터는 미국 전역 580여개 세포라 매장에 K뷰티 브랜드 19개를 큐레이션한 ‘올리브영 K뷰티 에딧’ 매대도 선보인다. 자체 매장 확대와 현지 유통망 협업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권가은 CJ올리브영 미국법인장은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은 K뷰티가 주류 시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며 “개별 진출로는 해외 오프라인 시장에 들어가기 어려웠던 국내 브랜드들이 함께 나설 수 있는 생태계를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7년간 국내에서 브랜드를 발굴하고 키워왔다면, 이제는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