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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몰려드는 구름과 바람이 심상치 않다. 하늘에는 먹색을 드리우고, 바다엔 격랑을, 땅에선 나무를 뽑아버릴 듯하다. 한눈에 보이는 ‘사인’. 구구절절이 쓴 글은 없다. 나무판에 그려 나사못으로 고정했다. 그럼에도 알아챌 수 있지 않나. 이 푯말은 ‘태풍’(Typhoon·2019)이 당도했음을 가리킨다.
작가 박찬욱(67)은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이른바 ‘이정표’다. 도로나 선로 등에 거리·방향을 적어 세우는 표지란 뜻이다. 적지 않고 그려서 대신한 작업. 다만 작가에게 필요한 건 도로·선로의 정보만은 아닌 듯하다. 인생이 지나온 거리면서 삶이 나아갈 방향처럼 보이니까.
나무판을 자르고 깎고 칠하고 광택 내고, 의미 있는 단서를 박제하고. 번번이 유턴으로 돌려세우는 세상의 반전에 당황하지 않을 사인들 말이다.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에이블파인아트뉴욕갤러리 서울서 여는 초대전 ‘사인’(Signs)에서 볼 수 있다. 나무에 아크릴. 51×22㎝. 작가 소장. 에이블파인아트뉴욕갤러리 서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