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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아동 마음의 문 열어준 `방과후 돌봄사업`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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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닷컴 기자I 2011.06.03 07:20:52

내달 이후 예산 마련못해

[경향닷컴 제공] 경기 부천 ㄱ중 1학년인 명수군(13·가명)은 1년 전만 해도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또래친구나 동네 형들과 거리를 배회하다 외박하기 일쑤였다. 4년 전 아버지의 외도로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고등학생인 큰누나(17)와 지적장애가 있는 둘째 형(15)을 마주하기 싫던 명수는 학교 생활도 원만치 않았다. 과제를 못해가 체벌을 받기 일쑤였고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결국 집단폭행에 연루돼 전학을 가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집으로 매일 찾아와 공부를 도와주는 ‘희망교사’ 노윤경씨(40)를 만나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밤늦게 귀가하는 명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면 무조건 “몰라요”라며 등을 돌리던 아이가 한 달쯤 지나자 표정이 바뀌었다. 새로 사귄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우리 과외선생님”이라며 자랑하고, 기초적 수학실력을 다지면서 성적도 좋아졌다. 가족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저녁 밥상에 모여앉아 하루 일과를 나누게 되고, 누워만 있던 엄마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노씨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것만큼 값진 보람은 없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ㄴ중 1학년 윤수군(13·가명)은 여섯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아빠와 외롭게 살아왔다. 엄마의 빈 자리가 큰 탓에 자신감이 없었다. 혼자서는 숙제조차 제대로 못하던 윤수 역시 1년 전 희망교사 이희경씨(48)를 만나면서 밝아졌다. 하교 길에 희망교사와 군것질도 같이하며 닫힌 마음을 열었다. 윤수는 요즘도 “선생님, 저 혼자 숙제 다했어요”라며 이씨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온다.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저소득층 방임아동 중 상당수가 희망교사를 만나면서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오는 8월부터는 명수와 윤수 같은 아이들이 더 이상 희망교사들을 만날 수 없다. 보건복지부 산하 재단법인인 중앙자활센터가 지난 2년간 진행해온 미래희망돌봄사업이 연간 145억원의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저소득층 방임아동이 늘어나자 정부는 한부모, 조손부모 가정 아이들을 돕기 위해 2009년 7월 미래희망돌봄사업을 시작했다. 전국 242개 지역자활센터 중 35곳에서 2800여명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정부·여당은 KT&G가 후원해오던 이 사업을 국고 지원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말 예산 편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예산안이 날치기 통과되면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복지부 관계자는 “2년간 한시적으로 진행돼온 민간 차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덕규 중앙자활센터장은 “가난한 어린이들의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한데, 이처럼 귀한 사업이 중단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미래희망 돌봄사업
‘희망교사’가 방과후 보호가 필요한 빈곤아동의 집을 방문해 1 대 1로 공부를 가르치는 사업이다. 희망교사들은 빈곤아동의 집을 매일 2가구씩 방문해 하루 7~8시간 숙제와 학교공부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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