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에서 “반도체 기업의 이익은 이미 확인됐다”며 “이제 시장이 확인해야 할 것은 최종 수요자인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AI 반도체와 메모리를 구매하는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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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하락을 처음 촉발한 원인이라기보다 낙폭을 키운 증폭기로 평가했다. 레버리지 ETF가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려면 매일 보유 물량을 조정해야 하는데, 하락장에서 이 과정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추가적인 매도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기업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약 19배 늘었고, TSMC도 2분기 이익이 77% 증가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의 관심이 이미 나온 이익보다 앞으로 AI 투자가 얼마나 이어질지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도 시장에서 엇갈리게 받아들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판매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요인이지만, 메모리를 사야 하는 빅테크와 AI 인프라 기업에는 비용 부담이 된다.
다만 일부 AI 기업이 장기 메모리 공급계약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헤지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수요 둔화 신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향후 메모리 현물가격이 계약에 정해진 최저가격보다 내려갈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줄이려는 금융적 위험 관리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 역시 AI 투자 열기가 끝났다는 의미보다 주도주가 바뀌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이미 크게 오른 반도체 등 ‘AI 공급자’에서 AI 투자를 집행하고 서비스로 돈을 버는 ‘AI 수요자’로 투자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 반등의 첫 번째 시험대는 미국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될 전망이다. 시장은 매출과 주당순이익뿐 아니라 AI 서비스 매출이 늘고 있는지,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계획이 유지되는지, 대규모 투자 속에서도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지킬 수 있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가 AI 투자를 유지한다면 메모리 가격 상승도 비용 부담이 아닌 강한 수요의 증거로 다시 해석될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정점을 지났다는 우려 역시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수가 반등하는 것과 이전 고점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증권은 코스피 전고점 회복 기간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현재 강세장이 끝나고 과거 위기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1148일, 이번 상승장의 강한 회복력을 반영한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150일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강세장 내부의 일시적인 수급 조정에 그칠 경우에는 32일까지 짧아질 수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수급 청산이 끝나면 기술적인 반등은 시작될 수 있다”면서도 “전고점을 회복시키는 힘은 단순한 과매도가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자인 반도체 기업의 이익은 이미 확인된 만큼 이제 수요자인 빅테크의 투자 의지를 확인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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