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현장에서]기재부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조진영 기자I 2019.01.31 06:00:00

경제부총리, 배석자 없이 혼자서 균발계획 발표
"균형위 소관"이라며 답 피한 한 달 전과 정반대
바텀업·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적 정당성 강조
책임소재 모호해지는데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발표한 뒤 밝은 표정으로 자료를 들고 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정치적 의도라든가 이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저는 관료로서 충실하게 이 정책을 검토해 발표 드린 것이고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카메라 앞에 섰다. 배석자는 없었다. 그는 A4용지 15쪽 분량의 발표문을 15분에 걸쳐 읽으며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통상 정부가 대규모 사업을 발표하면 관계부처 장관이나 국장이 배석한다. 구체적인 사업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날은 홍 부총리 혼자 나섰다. 이어진 배경설명 브리핑에서도 이승철 재정관리관과 예산실 과장들만 자리했다.

도로·철도·공항 사업 규모가 전체 예타면제의 80%를 넘는데도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관계부처 합동이라고 적힌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겉표지가 무색했다. 무엇보다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타면제는 기재부장관 고유 권한”이라고 했지만 홍 부총리는 이날 “단기적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하는데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기재부는 예타면제 사업은 균발위가 주도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홍 부총리는 취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11일 기재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예타 면제와 관련해서는 정부 내에서 균발위 중심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실무진들도 관련 질문에 “기재부 주관이 아니어서 답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조오섭 균발위 소통기획관은 “균발위 위상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문기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했다.

24조원짜리 선물 보따리를 꺼내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은 기재부지만 책임은 피해갔다. 기재부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지역이 원하는 사업을 선정했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사업 선정과정에서 어떤 논의를 거쳤는지는 공개된 기록은 없다. 기록이 없으니 책임도 가볍다.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지자체가 원하는 사업이었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사안”이라고 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이번 예타면제가 나쁜 전례가 될까 걱정이다. 중앙정부 재정을 풀어 지역숙원사업을 해결하는 ‘선물 보따리’는 선거 필승을 담보한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유혹을 느낄수 밖에 없다. 벌써부터 이번 예타면제 대상에서 탈락한 지역에선 추가 선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기재부가 산타클로스 역할에 취하면 나라 살림은 거덜나기 십상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