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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생전부터 유산기부를 실천하는 사회적 명사뿐 아니라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유산기부를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로 온 한 통의 전화
경기도 소재 요양원 원장님이 신탁에 대해 상담하고 싶다며 전화를 주셨다. 몇 달 전 치매 초기상태에서 요양원에 들어오신 할머니가 계시는데, 요양원에서 지내다가 돌아가시면 남은 돈은 모두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주고 싶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원장이 소개한 이는 80대 후반의 서홍자 할머니로, 남편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슬하에 자녀가 없다. 언니와 조카 2명이 있으나 언니는 나이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아 최근 몇 년간 얼굴도 보지 못했다. 조카들과는 왕래가 없고 오히려 돈을 빌린 상황이라 노후를 위해 필요한 돈을 믿고 맡길 수가 없어, 모두 요양원장에게 맡길 테니 자신이 죽은 후에는 장학금으로 기부해달라는 당부를 하였지만, 거액의 금액을 덥석 맡는 것도 부담스럽고, 나중에 법정상속인들이 문제 삼을까 봐 조심스럽다고 한다.
리빙트러스트센터는 할머니와 상담을 통해 지금은 치매 초기이나 치매가 더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할머니의 재산을 관리하기로 하였다. 할머니 생전에는 본인의 요양비나 생활비, 의료비 등으로 쓰고, 사후에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정한 대학교에 기부되도록 하였다. 유언대용신탁과 기부신탁을 결합한 형태로 구성하였다. 기부신탁이란, 현금이나 재산에 대해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공익단체, 학교, 종교단체 등의 법인이나 단체를 사후 수익자로 지정해 위탁자 유고 발생 시 그곳에 신탁재산을 기부하는 신탁이다.
위탁자가 사망하면 신탁재산은 법정상속인의 동의와 관계없이 기부처에 바로 지급된다. 서홍자 할머니는 몇 년 후에 돌아가셨고 본인의 뜻대로 남은 재산을 학교법인에 장학금으로 기부하였다.
공익신탁의 활용과 해외의 공익신탁
신탁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서홍자 할머니 사례처럼 기부신탁을 통해 수익자를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지정할 수 있다. 둘째, 공익신탁을 통해 공익을 목적으로 기부하되, 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
공익신탁은 말 그대로 개인이나 법인이 자신의 재산을 일정한 공익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신탁하는 것으로, 개인의 재산 증식이나 관리가 목적인 사익신탁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공익신탁은 대부분 복지사업, 의료사업, 교육시설 등에 재산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므로 ‘자선신탁’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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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법무부 주관으로 2014년 3월 18일자로 ‘공익신탁법’이 제정되어, 2015년 3월 19일부터 시행되었다. 법무부 공익신탁 시스템에서 공익신탁의 설정·운영 현황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아동 학대 피해 어린이의 심리치료 비용 등을 지원하는 ‘상처받은 아이 보듬는 법무 가족 파랑새 공익신탁,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난치성 질환 어린이 치료를 위한 공익신탁’등이다.
미국, 영국 등 신탁 선진국의 공익신탁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어선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연보호 민간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는 1895년 영국 전역의 문화재 관리를 위해 설립된 국민 공익신탁이다. 미국에서는 자산가들이 신탁을 통해 고액 기부에 참여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선수익기여신탁(Charitable Lead Trust, CLT)과 자선잔여신탁(Charitable Remainder Trust, CRT) 등의 다양한 공익신탁제도를 1986년에 도입하였다. 이에 기부자들은 재산을 신탁기관에 이전하고 매년 연금 형태로 수익을 받거나, 보유 재산에서 창출되는 모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장학금 지급, 자연과학연구기금 조성, 교육진흥, 사회복지, 국제협력·국제교류 촉진 등의 다양한 목적의 공익신탁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공익신탁은 출연 재산의 규모 및 활용 등도 위탁자가 결정하며, 한 개인이 소규모 자금으로도 공익신탁 설립이 가능하여 거액의 재산을 출연하는 재단을 설정하지 않고도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제도이다.
◆배정식 센터장은…
1993년 하나은행에 입사해 현재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0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리빙트러스트를 연 뒤, 신탁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대 금융법무과정, 고려대 대학원(가족법),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등을 거쳐 호서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금융연수원 등에서 강의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