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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는 본인의 회사가 2010년 8월 상장폐지되기 직전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했고, 상장폐지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횡령한 돈 519억원을 들고 동생 여권을 이용해 마카오로 잠적하는 등 온갖 얄미운 짓만 골라 하면서 투자금을 잃은 주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지요.
이 회사의 분식회계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한 회계사의 감사보고서였습니다. 2009년 10월 상장 직전까지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온 이 회사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대주회계법인의 회계감사를 받으면서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의미인 ‘의견거절’을 받게 됐습니다. 회사는 반발했고 감사인은 재감사에 들어갔지만, 역시나 감사의견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허위 매출이 발견됐습니다. 이 회사의 2009년 매출액은 2010년 2월 1453억원으로 공시했지만, 첫 감사 이후 979억원으로 줄었고 재감사 이후에는 187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12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이 가짜였던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분식회계를 일삼는 수출 기업들이 자주 쓰는 수법, 서류상 회사를 이용한 ‘자전거래(自轉去來)’가 이용됐습니다.
우선 오 모씨는 네오세미테크가 우회상장을 하기 전인 2007년, 친인척 명의로 홍콩에 서류상회사(SPC)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이 서류상 회사에 가짜 웨이퍼(반도체의 원료가 되는 실리콘 기판)를 수출한 뒤 회계장부에는 매출액으로 떠억하니 기록했습니다. 수천억원대의 허위 매출이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그런 다음 이 홍콩의 서류상회사로 부터 물품을 가짜로 수입하면서 수입대금 519억원을 홍콩 계좌로 빼돌렸습니다. 자전거래를 이용해 본인이 이용할 비자금을 마련했던 것이지요.
당시 비상장사가 상장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이른바 ‘우회상장’은 정상적인 상장 심사 절차보다 금융당국의 감독이 느슨했기 때문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주식시장으로 들어왔고, 투자자들은 ‘매수’ 일색의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찬송가’에 취해 이 회사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본 겁니다.
한 가지 의문은 이 회사 재무제표에는 분식회계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상당수 드러나 있음에도 애널리스트들의 극찬이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건지, 진짜로 모르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지요.
네오세미테크는 2005년 250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했다가 2008년 1032억원의 매출액을 올립니다. 3년 사이 312%나 급증한 것이지요. 물건을 이렇게 많이 팔았다면, 건설사나 조선사와 같은 수주기업이 아닌 이상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가 돼야 할 텐데 2005년에는 마이너스 40억원, 2006년 마이너스 41억원을 기록했고 2008년에도 마이너스 1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이 급격히 늘었는데 현금이 들어오기는커녕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매출액이 급격히 늘어나는데 재고자산도 동시에 급증하는 모습도 의심할 부분입니다. 네오세미테크는 2008년 매출액과 재고자산이 전년대비 각각 228%, 79% 증가했습니다. 판매한 상품이 급격히 늘었는데 창고에 쌓인 재고품도 늘었다는 것은 상품을 아무리 팔아도 남아서 재고품으로 쌓아놨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이는 생산설비를 늘렸거나 공장가동률을 크게 높였거나 하청업체에 생산을 부탁했을 때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만, 네오세미테크는 실물에도 없는 기계설비를 사들여 유형자산을 부풀렸고 하청업체와 짜고 허위 매출을 올렸습니다.
기계설비를 들여오면 그만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에 따라 마모되는 정도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감가상각비용도 늘어나야 정상이지만, 유형자산은 급증하는데 감가상각비 비율은 감소하는 기형적인 모습도 보여왔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재무제표가 뻔히 공시되는 데도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눈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증권가엔 애널리스트라는 전문가 집단이 존재하는 겁니다. 네오세미테크의 불장난이 중형이 선고되는 것으로 끝나 다행이지만, 애널리스트의 장밋빛 분석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개미지옥’일 수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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