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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다. 공사는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업지구에 살던 원고를 이주대책대상자로 정하고 이주자택지를 공급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공사는 내부지침에 따라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분양대금을 산정했는데, 이 가격은 택지를 조성하는 데 든 원가보다 높았다. 공급된 택지는 특별공급 한도인 265㎡를 넘는 면적이었다. 원고는 정당한 대금을 넘는 부분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항소심은 한도 안 면적은 원가를 기준으로, 한도를 넘는 면적은 감정가격으로 각각 계산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공사가 상고했다.
쟁점은 토지보상법 제78조다. 이 조항은 공익사업으로 생활의 근거를 잃는 사람을 위해 사업시행자가 이주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제4항에서 이주정착지에 도로·급수시설·배수시설 같은 생활기본시설을 갖추되 “이에 필요한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한다”고 정한다. 도로와 상하수도는 어차피 단지 전체가 쓰는 기반시설인데, 그 비용까지 이주민에게 전가한다면 보상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 이 조항을 강행법규, 곧 당사자끼리 합의해도 피해 갈 수 없는 규정으로 본다. 분양대금에 생활기본시설 비용이 포함돼 있으면 그 부분 계약은 무효이고 이주자는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사건에서 공사의 논리는 대금 산정의 출발점 자체는 자유라는 것이었다. 내부지침이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삼도록 정하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성원가보다 높은 감정가격으로 값을 매기는 것 자체가, 생활의 근거를 잃은 사람을 보호하려는 토지보상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봤다. 특별공급 대상 면적의 대금이 정당한지는 조성원가에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을 뺀 금액을 넘는지로 판단한다. 내부지침으로는 이 결론을 바꾸지 못한다. 다만 공급한도인 265㎡를 넘어 공급받은 부분은 특별공급의 몫이 아니므로 감정가격으로 계산한다.
이번 판결은 대금 산정의 원칙을 세웠다. 종래 판례가 분양대금에서 생활기본시설 비용을 빼라고 한 데서 나아가, 내부지침에 따른 감정가격 산정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고 선을 그었다. 감정가격에는 개발로 오른 땅값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 기준을 그대로 두면 사업 때문에 오른 값을 사업 때문에 떠나는 사람에게 청구하는 결과가 된다. 타당한 결론이라고 본다. 기관의 내부지침이 법률이 정한 보상 수준을 낮추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신도시나 공공주택지구에서 택지를 특별공급받은 이주민이라면 분양계약서의 대금 산정 기준을 확인해 볼 만하다.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대금이 매겨졌다면, 사업시행자에게 택지조성원가와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 내역을 요구해 차액 반환을 다툴 여지가 있다. 계약서에 산정 기준이 드러나 있지 않다면 공공기관인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할 수 있다. 대금을 모두 치렀더라도 무효인 부분에 해당하는 돈은 청구할 수 있다. 다른 공공기관의 택지 공급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므로, 이번 판결이 미칠 범위는 이 사건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집 헐리고 받을 택지라면 시세대로 값을 치를 필요가 없다. 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