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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 성장에도 배우 권익보호 미흡… 협회가 개선 창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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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연 기자I 2026.10.12 0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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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뮤지컬배우협회 정영주 이사장·김아선 이사 인터뷰
표준계약서 없는 현실…”계좌번호만 쓰고 사인한다"
"앙상블 처우 개선 급선무…협회가 창구 되겠다"
연말 사단법인 인가 목표…"제작사도 함께 가야"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뮤지컬 ‘페임’에는 재능이 뛰어나지만 난독증을 갖고 있는 무용수 타이런이 나와요. 선생님은 타이런에게 ‘네가 춤으로 유명해지려면 적어도 자기가 부당한 계약서에 사인하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말하죠. 지금 한국의 뮤지컬 배우들이 딱 타이런 같은 상태예요.”

정영주 한국뮤지컬배우협회 이사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정화예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우들은 계약서를 분석할 줄 모르고 계좌번호만 쓰고 사인한다. 눈치보느라 제대로 요구하지도 못하고,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뮤지컬배우협회 정영주 이사장(오른쪽)과 김아선 이사(왼쪽)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화예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한국뮤지컬배우협회 정영주 이사장(오른쪽)과 김아선 이사(왼쪽)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화예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수십 년 지나도 반복되는 출연료 미지급

정 이사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한국뮤지컬배우협회 창립총회에서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3년 전부터 협회 설립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에서 활동하면서 여전히 배우들이 자신의 권익 보호에는 너무 취약하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 5000억 원 규모(티켓 판매액 기준)로 커졌지만, 배우들을 보호할 장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출연료 미지급과 불공정 계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배우들도 많다. 올해 조기 폐막한 ‘여명의 눈동자’(제작사 넥스트스케치), 지난해 공연한 ‘드림하이 시즌2’(제작사 아트원컴퍼니) 등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정 이사장 자신도 과거 피해자였다. 20대 시절 오디션에 합격하고 1년 반을 기다린 공연이 연습 직전 무산됐다. 배우 16명이 소송을 냈지만 손에 쥔 건 1인당 100만 원 남짓이었다. 정 이사장은 “돈보다 배우들의 시간을 허투루 쓰게 한 데 대한 사과를 받고 싶었다”며 “2년의 시간을 100만 원과 바꾼 셈”이라고 씁쓸해했다.

협회 이사를 맡은 배우 김아선도 과거 뮤지컬 ‘친정엄마’ 공연 도중 제작사 티오엘 스토리 대표가 잠적하면서 지방 공연 10여 곳이 무산된 일을 겪었다. 그는 앙상블 25명을 이끌고 1년 가까이 싸운 끝에 배우들이 근로자로 인정받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 김 이사는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의 경험이 협회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함께하게 됐다”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협회는 출연료를 상습적으로 체불한 제작사 정보를 배우들에게 공유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금은 배우들이 소문을 듣는 정도인데, 협회가 문제 있는 회사들의 정보를 제공하면 배우들이 오디션 지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뮤지컬배우협회 정영주 이사장(오른쪽)과 김아선 이사(왼쪽)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화예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한국뮤지컬배우협회 정영주 이사장(오른쪽)과 김아선 이사(왼쪽)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화예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표준계약서·출연료 현실화 당면 과제…제작사, 적대 아닌 동반 관계”

정 이사장은 임기 내 핵심 과제로 표준계약서 마련을 꼽았다. 그는 “지금은 제작사별로 계약의 성질이 다르고, 배우들이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데도 모르다 보니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서 “출연료 미지급, 계약 불이행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안에 대한 자료를 모아 표준 계약 문화를 확산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앙상블 등 배우의 출연료 현실화 문제도 짚었다. 정 이사장은 “스타급 주연 배우들은 잘 벌지만, 앙상블 등 일부 배우들의 처우는 아르바이트보다 못 하다”면서 “최저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우들도 최저임금, 실업급여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협회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한국뮤지컬협회,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한국뮤지컬창작자협회(설립 추진 중) 등과 적극 교류하며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정 이사장은 “제작사와 배우가 떨어져서 논의할 수 없고, 싸우면서 논의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제작사, 배우, 창작자가 모두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협회엔 발기인을 포함해 현재 130명이 가입 의사를 전했다. 문체부 사단법인 인가는 연말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 이사장은 “왜 하필 네가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20여 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선배로서 미안했다. 이제 전차처럼 달리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 이사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집요하게 임할 것”이라며 “동료들을 위해 경주마처럼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뮤지컬배우협회 정영주 이사장(오른쪽)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화예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한국뮤지컬배우협회 정영주 이사장(오른쪽)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화예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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