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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선업 살리다 K조선 30년 내줄 건가[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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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I 2026.10.14 04: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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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이후 마스가 부각됐지만 가동 지지부진
美 함정 건조 규제로 막히고, 양국 협력센터도 난항
30년 조선업 역사 바꾼 건 엔지니어 양성·기술 개발
퍼주기식 협력은 안 돼…민간 주도의 역할분담 중요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미국에 기술·인력·공급망을 통째로 옮기는 ‘K조선 이식 프로젝트’가 돼선 절대 안 됩니다. K조선이 세계 정상 최정상의 반열에 오른 지난 30년의 세월을 잃어버리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만난 국내 조선업계 한 고위 임원의 경고다. 세계 최강 해군력을 보유한 미국이 쇠락한 조선업을 일으키기 위해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은 분명 K조선에 거대한 기회다. 하지만 미국의 조선업 기반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한국이 수십 년간 축적한 경쟁력까지 넘겨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마스가는 한미 산업협력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국내 조선사들이 2024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미국 해군 함정의 MRO(유지 ·보수·정비) 사업을 10여 건 수주했지만, 최종 목표이자 핵심 사업인 미 함정 건조는 아직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 지난 7월 워싱턴DC에서 출범한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도 파견 인력의 비자 문제 등으로 실질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기회는 조금씩 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를 통해 미 군함의 해외 건조 규제에 예외를 적용할 길을 마련했다. 다만 조건은 있다. 외국 조선사가 초도함 최대 2척을 자국에서 건조할 수 있지만 후속함은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 또 미국 조선소 투자와 현지 인력 고용·훈련, 기술 이전, 현지 공급망 구축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여기에 미 의회가 함정 건조 예산의 제한을 풀어야 하는 관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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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마스가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고,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MRO 물량을 저가로 수주하고, 한국의 숙련 엔지니어를 보내는 것을 성과로 포장해선 곤란하다.

미국과 유럽이 1990년대 조선업에 대한 투자와 인력을 줄일 때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조선소를 키우고 인력을 양성하고 더 많은 배를 만들었다. 이때가 한미 조선업의 운명이 뒤바뀐 골든크로스였다. 실제로 조선사 한 임원은 “미국은 설계를 위한 설계를 하고, 한국은 생산을 위한 설계를 한다”고 했다. 미국은 함정을 짓기 시작한 뒤에도 설계 변경이 반복되면서 공기(工期)가 늘어나지만, 한국은 20~30년 동안 배를 만들어 온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설계 단계부터 실제 생산 가능성을 따져 오차를 최소화한다는 의미다.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 조선사와 미국 방산기업이 먼저 이해관계를 맞추고, 사업모델을 만든 뒤 정부가 제도와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예컨대 미국이 강점을 가진 무기와 전투체계 및 방산기술을 그대로 활용하고, 한국이 함정 설계와 생산·건조를 맡는 역할 분담 방식이다. 선박 건조 기술을 이전하는 대신 자율운항 기술, 첨단 대체연료, 원자력 기술과 같은 미국의 첨단산업 기술을 들여오는 조선 동맹도 필요하다.

미국은 30년간 조선 생태계를 잃었고, 한국은 같은 30년 동안 설계·생산·인력의 생태계를 쌓았다. 마스가는 바로 그 격차 때문에 성립한 협력이다. 미국 조선업을 재건한다고 이끌려 다니며 그 30년의 축적을 통째로 이전해버리면 안 된다. 한미 조선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가 되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냉정하게 따져볼 때다.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전경.(사진=한화그룹 제공)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전경.(사진=한화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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