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추천작 -스스로 낙태 위해 몸부림 치는 10대 소녀 이야기 -청소년이 처한 현실로 페미니즘 이슈 환기
연극 ‘마른 대지’(사진=래빗홀씨어터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연극 ‘마른대지’는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10대 소녀가 겪은 처지를 보여줌으로써 페미니즘 이슈가 얼마나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공감을 선사한다. 지난해 8월 두산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연극 ‘마른대지’(2020년 8월 8~23일)는 미국의 극작가 루비 래 슈피겔이 쓴 작품이 원작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문제를 떠안은 두 소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2014년 뉴욕 초연 이후 “재미있으면서도 참혹하다”란 뉴욕타임스의 찬사를 이끌어낸 작품으로 국내에는 지난 2017년 처음 소개됐다. 당시 두산아트센터가 ‘DAC 희곡리서치’를 통해 원작을 번역해 알렸고, 이후 윤혜숙 연출로 국내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연극은 임신 10주에 접어든 10대 소녀 에이미의 상황을 보여준다. 남자친구는 임신 사실조차 모르고 합법적 낙태도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고립무원이 된 에이미는 인터넷에서 찾은 온갖 방법들을 동원해 스스로 낙태하려 몸부림친다. 그런 에이미의 고통을 온전이 이해하고 공유하는 건 같은 수영부 동료인 소녀 에스터뿐이다.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한 연극은 많아졌다. 그럼에도 청소년 주인공 설정이 지닌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해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관객들에게도 이슈에 대한 관심을 가닿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연극적 성취가 돋보인다.
△한줄평 = 법과 관심에서 소외된 10대 여학생들의 혼란과 선택, 연대를 소름끼치는 냉철한 시선으로 무대화함.(김미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학과 교수), 뜨거운 동시대적 이슈와 충격적 서사를 오히려 차분하고 담담하게 풀어냄으로써 공감과 몰입을 극대화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성곤 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