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불황의 그늘'..반값·공짜만 찾는 한국인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미경 기자I 2014.08.05 08:41:17

70~90% 할인율 높은 곳만 몰려
업체도 재고처리 고육지책 삼아
저가 화장품도 ‘미끼 상품’ 불티
百마트 주춤..1000원숍 성장세↑

지난 2일 토요일 오전 다이소 낙성대역점 입구 전경. 오전 이른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데일리 김미경 고재우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신원건물 1층 강당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200m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섰다. 반하트 베스띠벨리 지이크 비키 등의 의류 브랜드를 생산판매하는 신원이 드라마에 협찬했던 PPL 상품과 제작 샘플을 일반에 개방하자 몰려든 사람들이다.

기존에도 할인행사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2~3시간여 만에 종료되는 성황을 이뤘다.

신원 관계자는 “일반 재고 제품이 아니고 수십만원 대에 이르는 PPL 상품과 제작 샘플 상품을 2만~5만원대로 판매한 것”이라며 “자주하는 행사가 아닌 만큼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반값’ ‘공짜’ ‘저가’ 상품에 꽂혔다. 정가에 구입해야 하는 정상 유통채널 손님은 줄어드는 대신 할인율이 높은 ‘패밀리 세일’ 행사장이나 상설 할인전문점 등으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 업체들도 긴 불황에 판매가 부진하자 할인 물량과 행사 횟수를 대폭 늘리고 있어 정가에 구입하면 바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패밀리 세일은 원래 임직원이자 VIP 고객만을 초대해 이월상품을 싼 값에 판매하는 비공개 행사였으나 경기침체로 재고가 쌓이자 일반 소비자에게 개방되는 형태로 바뀌는 추세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한달간 공개적으로 패밀리 세일을 진행하는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폴로 랄프로렌, 신성통상, 바바라, 구희물산 등 5곳이다. 지난달에는 스와로브스키, 아이더, 듀폰, 지니킴 등 10여개 업체가 이미 할인 행사를 벌였다.

여기에 백화점과 일부 브랜드에서 벌이는 상반기 결산 할인 행사까지 합하면 건수 및 할인 폭 규모는 더 커진다.

가고 싶은 사람은 많고 참여자는 제한되기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패밀리 세일 초대장을 팔겠다는 게시글도 올라온다. 일부 중고 사이트에서는 초대장이 최고 4만원에 거래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패밀리 세일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을 일컫어 ‘팸셀족’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인터넷에는 이 같은 정보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페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2009년 8월 만들어진 한 카페 가입자 수는 총 34만명으로 즐겨 찾는 회원수만 11만6000여명에 달했다.

보통 1만~2만원대 미만의 생활용품도 초저가 상품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단돈 1000원에 불과하지만 저가 제품을 찾는 발길이 잦아지면서 1000원숍도 호황이다. 박재욱(18·서울 강남)씨는 “일반마트에서 2000원하는 제품도 1000원숍에선 1000원 미만에 판다”며 “과거에 비해 질 좋고, 아무래도 싸다는 인식이 강해 자주 들르게 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1000원숍 다이소의 상반기 매출액을 보면 51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신장했다. 2012년 상반기 28% 성장한 이래 최근 3년간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두자릿수에 달한다. 이랜드의 저가숍 에코마트도 2012년과 2013년 상반기에 4%대의 성장 추이를 보이는 등 올해 상반기에 5%의 성장률을 기록중이다.

화장품 브랜드숍도 초저가 상품을 내놓는데 적극적이다. 매장 초입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미끼 상품’ 역할을 하던 8000원대 이하의 저가 제품이 주력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원가에서 남기는 것 없이 미끼상품으로 내놓은 이들 제품이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어서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대나무숯 코·T존 팩’은 지난달 초 출시 이후 20일만에 10만개나 팔려나갔다. 이니스프리의 ‘잇츠 리얼 마스크팩’도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6%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 때문인지 백화점, 대형마트 할인 폭도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선착순·한정판 제공되는 공짜 프로모션에도 인파가 몰린다”며 “내수 부진 등으로 당분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1000원 숍에서 물건을 고른 사람들이 계산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관련기사 ◀
☞ [르포]"싼게 비지떡이라고?" 1000원숍 불황속 호황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