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가현 백주아 기자] 12월 시행하는 친일재산귀속법을 앞두고 과거 나치 부역 행위 단죄와 약탈 재산 반환에 나선 주요국의 입법·제도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독일은 피해자 개별 배상과 기금 조성을, 프랑스는 부역자 재산 몰수를, 미국은 반환 소송의 시효 제한 완화를 각각 선택했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3국 모두 수차례 법 개정과 제도 보완을 거쳐 구제 범위를 넓혀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옛 서독은 2차대전 이후 ‘연방원상회복법’과 ‘연방배상법’을 제정해 나치의 인종·종교·정치적 박해로 박탈된 재산을 반환하고 피해를 보상했다. 이후 수 차례 법 개정을 통해 거주 요건과 신청 요건을 완화하고 피해 인정 범위를 넓히며 구제 대상을 확대했다. 독일 연방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연방원상회복법에 따라 20억유로(3조 2618억원) 이상, 연방배상법에 따라 약 486억유로(79조 2617억원)을 지급했다.
독일은 강제노동 피해 구제에도 제도를 확장했다. 독일은 지난 2000년 2차대전 당시 강제노동 피해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기억·책임·미래재단’(EVZ)을 설립했다. EVZ 자료에 따르면 재단 기금은 독일 연방정부와 강제노동으로 이익을 얻은 6000여개 기업이 절반씩 부담해 조성해 100여개국.약 160만명에게 모두 44억유로(7조 1759억원)를 지급했다.
프랑스는 종전 직후 부역자의 재산을 직접 몰수했다. 드골 임시정부는 1944년 ‘부역행위 처벌에 관한 명령’을 공포하고 부역자재판소를 설치해 나치 협력 행위를 처벌했다. 이 명령은 유죄 판결을 받은 부역자의 재산을 압류·몰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처벌은 개인을 넘어 일부 부역 기업과 언론사까지 확대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다. 창업주 루이 르노는 나치 협력 혐의로 체포됐고 회사는 국유화됐다. 또 나치 점령기에 창간한 일부 언론사의 경우 부역 혐의가 인정된 경우 폐간과 함께 재산 몰수 조치를 받았다.
미국은 가해자 재산 몰수보다는 피해자의 반환 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은 2016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홀로코스트 약탈 미술품 회복법’(HEAR Act)을 제정해 나치 시대 약탈 문화재 반환 소송이 시효 문제로 기각되지 않도록 했다. 피해자나 유족이 작품의 소재와 자신의 권리를 인지한 날부터 6년 안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미국 의회는 최근 HEAR Act를 개정해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일몰 조항을 삭제하고 법의 효력을 계속 유지하도록 했다. 아울러 기존 반환 소송에서 피고 측이 방어 논리로 활용한 ‘권리행사지연’ 원칙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법조계에서는 친일재산 환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안을 계속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보완책을 수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슬아 법무법인 대진 변호사는 “해외에서도 역사적 부정의로 형성된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지속 보완했다”며 “친일재산의 은닉이나 우회 처분으로 환수가 좌절되지 않도록 조사와 환수 체계를 실효성 있게 정비하고, 법·제도를 지속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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