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프로젝트 20주년 공연 '삼채' 장재효·류승표·정현아 세 연주자 각자 색채로 즉흥·창작 넘나들며 전통 장단 '삼채' 새롭게 풀어내
[김영길 아쟁 연주가] 삼채는 3가지 빛과 무늬를 뜻하는 동시에 전통 풍물놀이의 대표 장단 이름이다. 공연은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장단 삼채를 중심으로 전통 가락이 지닌 깊은 매력과 다양한 표현력을 들여다보고 넓게 펼쳐보고자 하는 목적을 두고 있었다.
삼채.(사진=서울남산국악당)
지난 7월 18일 예술가들의 창작 연대체인 소나기 프로젝트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세 연주자의 고유한 음악 색채로 전통 장단 삼채를 새롭게 풀어냈다. 공연자도 3명이고 과거 전통과 현재, 미래를 잇는 3개의 공간을 포함해 예술가, 시민, 사회 3가지 빛이 뭉쳐져서 음악을 통해 사회를 아름답게 비춘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이날 3명의 연주자는 전통 음악의 즉흥·창작의 여러 가능성을 탐구하는 아티스트인 장재효,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경기 지역 농악과 무속가락을 잇고자 노력하는 타악 연주자인 류승표, 여성 창작 타악 그룹 리타(RHYTA) 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타악 연주자 정현아가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크게 5개 래퍼토리로 구성됐다. 첫 번째 ‘소나기의 기원’(The origin of sonagi)은 구성·연주를 장재효가 직접 맡았다. 우주 만물의 생성과 자연의 소리가 음향을 타고 번지면서 광활한 어둠 속에서 인류의 목소리와 우리의 전통 구음이 탄생하고 뒤이어 꽹과리와 장구의 가죽 소리가 휘모리 장단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사진=서울남산국악당
두 번째 래퍼토리인 ‘설장구’는 정현아가 구성, 기존의 농악에서 파생된 남성적인 설장구나 무용단에서 군무로 추었던 설장구와 대비되는 독특한 무대였다. 무대 중반부 세 번째 래퍼토리인 ‘맞춤 그리고 조화’는 류승표가 구성을 맡았다. 장재효의 꽹과리와 류승표의 장구, 정현아의 바라와 짝쇠가 어울렸다. 언뜻 보면 기존의 사물놀이의 한 형태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다양한 실험 정신이 녹아 있었다.
사진=서울남산국악당
네 번째 래퍼토리는 ‘삼채(三採)’다. 장재효가 구성을 맡았으며 이번 공연을 위해 자진모리 장단을 중심으로 한 창작 작품이다. 장재효의 꽹과리와 노래, 류승표, 정현아의 쌍장구로 구성됐다. 자진모리가 굿거리가 되고 다시 자진모리로 넘나들며 작품 전체에 깔린 3분박의 멋을 잘 살린 저정거리는 무대였다. 특히 장재효의 꽹과리 소리가 돋보이는 무대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꽹과리를 잘 치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인체의 섬세한 잔근육의 멋을 보는 듯 그의 꽹과리소리의 매력을 다시 보는 기회였다.
스페셜 게스트로는 서울행진과 소리꽃이 참여했다. 서울행진은 장재효가 서울 드럼페스티벌의 예술 감독을 맡으면서 만든 팀으로, 아티스트와 시민이 함께 연합된 조직이다. 공연을 본 뒤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화두가 하나 생겼다. 이번 공연이 추구한 음악의 본질과 그 기능은 무엇인가였다. 국악은 특수성은 가졌는데 일상성이 없다. 국악의 대중화라기보다 일상 속에 스며드는 문화였으면 좋겠다는 열망으로 시작한 것이 소나기 프로젝트 아니었을까. 이번 공연이 보여준 여유와 느슨함은 인상적이었다. 관객이 연주자와 함께 소통하고 객석도 환하게 조명을 켜고 긴장감 없이 같이 놀 수 있는 느슨한 편안함이 많은 것을 되짚어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