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9개 공공기관을 줄이는 대규모 통폐합에 나선 가운데 과거 LH처럼 조직을 합친 뒤 몸집과 부채가 오히려 불어나는 부작용을 막는 것이 이번 개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인위적인 인력 감축과 임금 저하 없이 통합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전문가들은 기관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중복 조직과 사업을 실질적으로 걷어낼 후속 구조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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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정부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최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 DIET 2026’을 비전으로 한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발전 5개사와 4개 항만공사를 각각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고, 소규모 자회사 등 총 109곳을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방안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전체 524개 기관이 415개로 줄어든다.
정부는 인위적인 인력 감축이나 임금 저하 없이 고용을 보장하면서 공통된 조직을 일원화하고 인력과 자원을 재배치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통합 이후 조직과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물리적으로 기관을 합치는 것만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2011년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학술지 ‘규제연구’에서 통합 논의가 나오자 두 공사가 통합 이후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앞다투어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였고, 그 부작용으로 부채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조직과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기관부터 합치는 ‘선(先) 통합, 후(後) 구조조정’ 방식의 위험을 지적한 것이다.
이번 기능개혁안에 통합으로 거대해진 LH를 다시 나누는 방안이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부는 LH의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해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 등 2개 기관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17년 전 통합한 기관을 다시 기능별로 분리하면서 한편에서는 발전·항만 분야 기관을 대형 단일 기관으로 묶는 셈이다.
5개 발전사 통합도 ‘재무 부담 가중’ 우려
공공기관의 재무 부담이 앞으로 더 커진다는 점도 변수다. 재경부의 ‘2026~2030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주요 37개 기관의 부채는 올해 778조 3000억원에서 2030년 997조 4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LH 부채는 같은 기간 197조 5000억원에서 372조 8000억원으로 급증하고 부채비율은 351.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통합되는 기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조직 재편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조직은 생물과 같아서 통폐합 시 살아남고 자기 몫을 지키기 위한 밥그릇 싸움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며 “실제 사업 규모가 10이더라도 통합 전 15나 20으로 부풀려 향후 축소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정부가 엄격하게 신경 써서 차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환경 변화에 따라 미션이 줄어든 조직과 커진 조직이 다른데 통합 때는 보통 현행 비율대로 가져가 합리적이지 않다”며 정부가 이 부분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합 대상인 발전 5사의 부채 합계는 지난해 37조 2000억원에서 2030년 54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5개사 모두 부채비율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재무 여건에도 이번 기능개혁 방안에는 통폐합으로 얼마의 비용을 절감할 것인지, 중복 사업과 조직을 어느 정도 줄일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개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합을 먼저 추진한 뒤 내부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구조조정을 먼저 하고 통합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우려가 있다”며 “지금 통합의 모멘텀이 있을 때 일단 통합하고 그 안에서 구조조정을 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을 모두 마친 다음 통합하겠다고 하면 준비 과정이 길어져 통합 자체가 무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