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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닮은듯 다른 엔론과 SK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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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 기자I 2015.08.29 08: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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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점, 회계감독 허술한 특수목적·해외법인 활용·부실 원인은 파생상품
다른 점, 경영진 처벌은 엔론 '불방망이' SK글로벌 '솜방망이'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지난주 ‘분식남’에선 사상 최악의 회계부정으로 꼽히는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을 집중 조명했는데요, 한국판 ‘엔론 사태’로 불리는 대형 회계부정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엔론과 함께 ‘SK엔론’이란 합작회사를 설립한 바 있는 SK그룹의 한 계열사 SK글로벌에서 일어난 일이지요.

SK글로벌은 우리가 알고 있는 SK네트웍스의 전신입니다. 주유소와 주유소 편의점, 자동차 정비사업 등을 하던 SK상사가 SK에너지판매를 합병하면서 SK글로벌이 탄생했지만, 2003년 1조 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SK네트워크로 회사 이름을 바꿨지요.

SK글로벌의 분식회계는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바꿔놨고 오랜 시간 동안 리더십의 부재 상황에 놓이게 했습니다. 사면과 수감을 반복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광복절 특사를 받고서야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었지요.

2003년 당시 검찰 수사 결과 SK글로벌이 부풀린 자산과 이익은 총 1조 5817억원에 달했습니다. 무역 관련 외상매입금(제품이나 원자재 등을 살 때 물건은 받았지만, 대금을 아직 치르지 않은 금액)을 누락한 것이 1조 181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해외법인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2500억원, 가짜 매출채권을 회계장부에 기록한 것이 1500억원 규모였습니다.

SK글로벌 분식회계는 SK증권과 외국계 증권사 JP모건의 이면계약이 발단이 됐습니다. SK증권은 JP모건이판매한 태국 바트화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바트화 폭락으로 2000억원대 손실을 입었고 시장에 퇴출될 위기에 몰렸지요.

JP모건은 SK증권의 구세주를 자청했습니다. SK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해 2405만주를 주당 4920원에 인수, SK증권을 퇴출 위기로부터 구해냅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JP모건이 투자한 SK증권 주식은 나중에 SK가 이자비용과 함께 다시 사들이기로 이면계약을 체결한 것이었고, 이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SK글로벌의 해외법인들이 부담하게 된 겁니다.

SK글로벌은 이렇게 떠안은 손실과 함께 그동안 누적된 손실을 어떻게 든 재무제표에서 감추려다 보니 자산과 이익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하게 된 것이지요.

따지고 보면 엔론 사태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은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먼저 회계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목적법인이나 비상장사, 해외법인 등을 이용한 점입니다. 엔론은 파트너십이라고 하는 특수목적법인에 부실 자산을 옮기는 형태로 부실을 숨겼고, SK글로벌은 해외법인을 동원해 그룹의 손실을 메워준 것이죠.

또 부실의 원인이 파생상품 손실에 있었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엔론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상품은 물론 날씨 파생상품까지 취급했고, SK는 JP모건이 판매한 태국 바트화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한 것이 화근이 됐지요.

하지만 분식회계의 결말까지 닮진 않았습니다. 엔론의 분식회계를 주도한 경영자 제프 스킬링은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아 여전히 복역 중이지만, SK는 여전히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지요.

이것이 회계 투명성을 바라보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요. 우리나라에서 최근까지도 각종 회계부정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것도 분식회계를 저지른 경영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시스템 탓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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