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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딱하면 소송, 믿을건 바디캠뿐"...불법 앞에 속수무책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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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연 기자I 2026.07.06 05:45:03

신상 털리고 협박 당해도…자칫하면 '과앙진압' 프레임
민원 갑질에 소송까지 휘말리는 현장 경찰관들
'정당한 법 지행' 면책요건 추가했지만…소송 부담은 '여전'
우울증·PTSD 진료받는 경찰관도 증가 추세
"개인 아닌 국가가 정당한 법 집행 책임져야"

[이데일리 원다연 정윤지 석지헌 기자 권아인 수습기자] “공권력이 완전히 무너져 요즘같은 무력감을 느끼는 건 처음이에요. 까딱하면 소송 당하고 밥줄이 위태로워지는데 누가 먼저 나서려고 할까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표소 봉쇄 시위에 투입된 기동대 소속 30대 경장 A씨가 최근 사비로 ‘셀프 방어용’ 바디캠을 구매했다며 내뱉은 토로다. 그는 시위대가 경찰을 위협하거나 밀치는 순간을 남겨두고 혹시 모를 송사에 대비하기 위해 바디캠을 구비했다.

지난달 22일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김 모 씨(45)가 현장에 배치된 경찰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2일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김 모 씨(45)가 현장에 배치된 경찰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찰이 현장에서 움츠러들고 있다. 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내부에서 정당한 물리력 집행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올림픽공원에 투입된 경찰관들은 갖은 멸시와 조롱, 불법행위에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호소한다. 경찰 지휘부가 최근 적극행정 면책 요건을 확대했지만 민·형사상 책임은 여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해 현장의 위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소·고발 부담에 적극대응 못 나서는 경찰들

경찰들이 특히 명백한 불법 상황에서도 물리력 행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권력 행사 장면이 과잉진압으로 비쳐 고소·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실제 정당한 상황에서 공무집행을 해도 법정 싸움에 휘말리는 일은 적지 않다. 인천지검은 최근 독직폭행 혐의로 인천 삼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측은 지난해 9월 112신고를 받고 공원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고등학생들을 계도하다 폭행을 당해 제압했지만 한 달 뒤 학생 측의 고소를 당했다고 밝혔다. 해당 경찰관들은 장기간 조사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관이 직무 수행 중 송사에 휘말려 법률 비용을 지원받은 ‘경찰 법률보험 및 공무원 책임보험’ 지원 건수는 2022~2025년 매년 170~300건 수준이다. 올해도 5월까지 104건이 집계됐다.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한 순찰팀장은 “범죄도시나 참교육 같은 사이다 콘텐츠가 흥행하는 걸 보면 씁쓸하다”며 “영화 속 마동석처럼 범인을 잡았다가는 모가지가 10번도 더 날아갈 것”이라고 자조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한 경위도 “한 번 수사나 소송에 휘말리면 무죄를 받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시달려야 한다”며 “송사 이슈가 생기는 순간 진급과는 영영 멀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경찰청은 최근 현장의 위축을 막기 위해 적극행정 면책 요건을 확대했다. ‘직무수행 과정에서의 정당한 법 집행’을 면책 요건에 추가한 것이다. 실제 적극행정 면책이 적용된 물리력 행사 사례는 2023년 32건, 2024년 35건, 2025년 57건으로 증가 추세다.

다만 이는 징계·감찰 등 조직 내 책임에 대해서만 효력을 미치는 것으로 법원이나 검찰이 판단하는 민·형사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관들이 현장 대응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다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담은 여전한 셈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한 기동대원은 “부담을 조금 덜어줄 수는 있겠지만 민·형사상 책임과 소송은 결국 당사자가 감당해야 한다”며 “적법한 공무수행이었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생각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그래픽= 김일환 기자)
우울증도 늘어…“국가가 책임지는 제도적 장치 있어야”

각종 고소·고발과 민원에 시달리는 경찰관들의 정신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주영 의원실(개혁신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 소속 직장가입자 가운데 우울증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20년 1068명에서 2025년 2058명으로 5년 새 92.7% 증가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료 인원도 같은 기간 128명에서 263명으로 105.5% 늘었다.

진료 건수는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우울증 진료 건수는 2020년 6334건에서 2025년 1만 3167건으로 108.0% 증가했다. 환자 수뿐 아니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사례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 공권력의 위축을 해소하려면 경찰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정당한 법 집행의 책임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범죄수사학 교수는 “경찰 물리력 행사는 해외와 마찬가지로 비례성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최소한으로 적법하게 물리력을 행사해도 과잉진압이라며 일을 못 할 정도로 경찰을 괴롭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으로 면책 범위가 정확히 뒷받침되고 물리력 사용 범위도 법원 판결에서 짚어줘야 공권력 집행이 위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인한 '잠실 봉쇄시위'가 26일째를 맞은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서 참가자들이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뉴스1)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인한 '잠실 봉쇄시위'가 26일째를 맞은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서 참가자들이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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