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0.42% 상승한 7575.39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29% 뛴 2만6281.61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29% 오른 5만2637.01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라서며 견조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S&P500은 이번 주 약 1%, 나스닥은 1% 이상 상승하며 나란히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주간 기준으로는 소폭 하락했지만 이날은 상승 마감했다.
이번 주 내내 시장은 중동 정세와 미국의 관세 정책,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보다 기업 실적 전망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언급하면서 국제유가가 장중 한때 상승했지만, 이후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유가는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증시는 오히려 상승폭을 유지하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낮아진 모습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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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이제 시장의 초점을 실적 시즌으로 돌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미 AI 투자 확대와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를 반영해 기업 가치에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한 만큼, 실제 실적이 이러한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날 상승세는 AI 대표주들이 이끌었다. 엔비디아는 4% 오르며 S&P500 상승을 견인했고, 메타플랫폼스는 6% 급등하며 2024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메타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매수’ 의견을 유지한 데 이어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문건을 통해 AI 모델 개발 비용을 낮추는 비용 구조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 AI 투자 확대에도 수익성이 함께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AI 반도체 업종 역시 올해 들어 이어진 강세 흐름을 유지했다. 최근 차익실현 매물이 일부 출회되며 조정을 받았지만 마이크론은 올해 들어서만 200% 이상 상승했고 램리서치와 마벨테크놀로지, 인텔도 모두 두 배 이상 올랐다.
다만 AI 투자 열풍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레이트밸리어드바이저그룹의 에릭 파넬 수석 시장전략가는 “AI 붐을 향한 투자자들의 열광은 2023년 여름부터 계속돼 왔다”며 “현재는 분명한 호황 국면이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일정 수준의 조정이나 버블 붕괴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이 과열 국면은 아니라는 데 무게를 뒀다. 벨웨더웰스의 클라크 벨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주 이란 긴장이 다시 고조됐음에도 시장 반응이 제한적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기업 실적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증시는 또 한 번의 강한 실적 시즌을 기대하고 있지만 기대 수준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켓 수석 시장전략가는 “실적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지만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높아진 기대치를 실제 충족하는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더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종목에서는 마치 복권을 사는 것 같은 투기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 전반은 여전히 냉정하고 신중하다”고 진단했다.
슬레이트스톤웰스의 케니 폴카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이미 뛰어난 실적 성장을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해 놓았다”며 “이제는 기업 경영진이 그 기대가 정당했음을 실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분기에는 예년과 달리 실적 악화를 경고한 기업보다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한 기업이 더 많다”며 “이는 기업들이 실적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HSBC의 니콜 이누이 전략가도 “이번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그 기대는 AI와 기술 등 실적 가시성이 높은 일부 업종에 집중돼 있다”며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실적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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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증시의 또 다른 주인공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 데뷔한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는 공모가인 149달러보다 12.76% 오른 168.01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170달러로 공모가 대비 약 14%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고 장중에는 177.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은 다소 줄었지만 장 마감까지 두 자릿수 상승률을 유지했다. 첫 거래일 거래량도 1억600만 ADR을 넘어서며 활발한 거래가 이어졌다.
이번 상장은 265억달러(약 40조원) 규모로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으로도 전체 IPO 가운데 스페이스X와 2014년 알리바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공모다.
공모에는 글로벌 장기투자 펀드와 국부펀드, 연기금, 테크 전문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청약 경쟁률은 7배를 웃돌았다. 베일리기포드와 코튜매니지먼트(Coatue Management),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파트너스 등이 핵심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전략가는 “미국 투자자들의 잠재 수요가 분명히 존재했다”며 “첫 거래일 거래량이 유통 ADR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는 점은 장기 투자자뿐 아니라 단기 거래도 활발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공적인 데뷔는 최근 AI 투자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메모리 시장에 대한 장기 성장 기대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AMD 등 AI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세계 1위 업체다. 생성형 AI 확산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서울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1년간 약 630% 상승했다. 최근 AI 투자 증가세 둔화 우려로 사상 최고가 대비 약 25% 조정을 받았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에 다시 한번 높은 점수를 줬다.
최태원 “AI는 아직 4~5살…메모리 수요 계속 늘어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나스닥 개장식에서 “오늘은 SK하이닉스에 매우 자랑스럽고 역사적인 날”이라며 “HBM은 AI 혁명의 중심에 있으며 앞으로도 AI 생태계 성장을 이끄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CNBC와 블룸버그TV 인터뷰,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AI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는 이제 겨우 네다섯 살 된 아이에 불과하다”며 “범용인공지능(AGI)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그 과정에서 메모리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의 효율성을 높이는 ‘메모리 서비스(Memory-as-a-Service)’ 사업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며 한국 외 지역에서 총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미국 투자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메모리 공장 건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제성과 고객 요구 등 조건이 맞는다면 왜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향후 추가 미국 증시 자금 조달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더 좋은 수익률을 보여줘야 수요도 커질 것”이라며 “당장은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후 성과가 입증된다면 장기적으로 추가 상장이나 자금 조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최소 2028년까지”…AI 투자 둔화는 변수
월가에서는 AI 시대 메모리 산업이 기존의 경기순환 산업에서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가벨리펀드의 류타 마키노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시장의 수급은 최소 2028년까지 매우 타이트한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신중하게 확대하고 있어 단기간 공급 과잉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메모리 산업을 과거 PC와 스마트폰 중심의 경기순환 산업에서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손버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디저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관련 수요가 약해지는 것이 현재 메모리 호황을 끝낼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며 “AI 투자 확대 속도가 둔화될 경우 지금의 메모리 랠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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