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김의환 전 뉴욕총영사는 2023년 한국과 미국 뉴저지주 간 운전면허 상호인정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뒤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양국 간 협정에 따라 미국에서 12개월 이상 체류할 자격을 갖추고 뉴저지주에서 11개월 이상 체류한 한국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별도 시험 없이 현지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이전부터 여러 총영사가 추진했지만 수십 년 동안 결실을 보지 못한 사안이었다. 김 전 총영사는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와 꾸준히 접촉하며 설득한 게 성과를 냈다.
김 전 총영사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일했고, 유엔개발계획(UNDP) 반부패 선임자문관을 지냈다. 통상 뉴욕총영사는 외교부 출신 자리였다. 운전면허 상호인정은 그간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던 사안이지만, 김 전 총영사의 특유의 돌파력, 현지 네트워크와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장기간 답보 상태였던 논의의 진전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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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임공관장 인선을 둘러싼 논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특임공관장 비율이 높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실이 외교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 정부 출범 후 1년 4개월 동안 임명된 공관장 103명 가운데 특임공관장은 39명으로 37.9%였다. 같은 기간 문재인 정부는 27.8%, 윤석열 정부는 32.3%였다. 2026년 6월 기준 재직 중인 전체 공관장 160명 가운데 특임공관장은 35명으로 21.8%다. 앞의 수치는 해당 기간 신규 임명자를, 뒤의 수치는 재직 공관장 전체를 기준으로 한다.
특임공관장은 외무공무원이 아닌 사람을 대통령이 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특임공관장’이라는 명칭은 1981년 외무공무원법에 들어갔다. 외교관이 아닌 인사를 대사나 총영사로 임명하는 사례는 그보다 앞서 있었다.
특임공관장은 외교 현안이 전통적인 정치·안보 분야를 넘어 산업·기술·에너지·기후 분야로 넓어지면서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과 인공지능, 배터리, 원전 수출, 방산 협력 등을 다루려면 현지 정부뿐 아니라 기업·연구기관·국제기구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특정 분야의 경력과 네트워크가 공관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관별 업무에 따라 필요한 경력도 다르다. 안보 현안이 주요 업무인 공관과 경제협력이 중요한 공관, 국제기구에서 다자외교를 수행하는 공관에 요구되는 역량은 같지 않다. 특임공관장 인선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후보자의 경력과 부임지 업무의 연관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외부 전문성을 외교에 활용한 해외 사례로는 덴마크의 ‘테크 앰배서더’가 있다. 덴마크는 기술이 외교·안보 현안으로 부상한 데 대응해 2017년 세계 최초로 테크 앰배서더를 임명했다. 테크 앰배서더는 실리콘밸리와 코펜하겐을 거점으로 글로벌 기술기업과 각국 정부, 국제기구를 상대로 기술 규범과 디지털 정책을 다룬다. 전통적인 국가 간 외교를 넘어 기술 분야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외교에 연결한 사례다. 한국의 특임공관장과 제도나 역할이 같지는 않지만, 외교 현안의 변화에 맞춰 필요한 전문성을 외교 현장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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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임공관장의 외교 경험과 언어 능력, 부임지 업무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지는 별개 문제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처럼 복잡한 의제와 협상 절차를 다루는 공관은 관련 분야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내부 인력 운용에 미칠 영향도 있다. 직업 외교관은 본부와 해외 공관에서 실무를 쌓으며 협상 경험과 현지 네트워크를 축적한다. 특임공관장 인사가 늘거나 기준이 불투명해지면 직업 외교관의 공관장 진출 경로와 조직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특임공관장 인사가 정권에 기여한 인사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질 경우 외교 전문성과 공직사회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관장 인사를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만 제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직업 외교관이라도 공관의 업무와 경력이 맞지 않을 수 있고, 외부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갖춘 후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국 가운데도 비직업 외교관을 대사로 임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국가별 제도와 임명 비율은 차이가 있다.
차지훈 주유엔대사는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에서 임명 당시 인선 배경이 논란이 됐고, 외교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차 대사는 민변 국제연대위원장과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전문위원을 지냈고, 국제투자분쟁 법률자문위원과 국제중재인으로도 활동했다. 부임 뒤에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 인권 토의에서 전쟁과 분쟁이 시민에게 미치는 피해를 짚고, 유엔 개혁 과정에서 인권 의제가 축소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는 등 국제인권 분야에서 쌓은 경험이 유엔의 인권 논의에 실제로 연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문성 있는 사람을 쓰면 된다”며 “특임제도 자체의 취지는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특임이라는 임명 방식의 특성상 공채와 같은 선발 절차를 적용하기는 어렵더라도, 후보자가 해당 분야에 충분한 경력을 갖췄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는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검증이 된다면 제도 자체는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