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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5일 처음 보도한 인수안에 따르면 스트라이트 등 세 회사는 약 170억달러의 자기자본을 투입하는 한편 약 500억달러 규모의 은행 확약금융이 포함됐다. 스트라이프와 어드벤트는 페이팔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회사를 분할하지 않은 채 합병 법인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당 60.50달러의 인수가는 페이팔의 14일 종가 47.37달러에 약 2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다.
스트라이프는 올 2월 임직원 지분 공개매수 과정에서 기업가치 1590억달러를 인정 받았다. 지난해 총결제액(TPV)은 1조9000억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페이팔의 1조79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기업가치와 결제액 모두 이미 경쟁사를 추월한 스트라이프지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페이팔이 가진 강력한 소매부문에서의 역량을 흡수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페이팔은 4억3900만개에 이르는 활성 계정과 개인 간 송금 서비스인 벤모(Venmo)를 가지고 있다. 이는 스트라이프가 자체적으로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소비자 네트워크다.
인수 논리는 단순한 사용자 수 확보를 넘어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커머스를 장악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키프 브뤼엣 앤드 우즈(KBW)의 산제이 사크라니 애널리스트는 페이팔의 소비자 데이터가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시대에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자율적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결제하는 시장을 말한다.
TD코웬의 브라이언 버진 애널리스트도 페이팔 인수를 통해 스트라이프가 원클릭 결제 및 소비자 지갑 서비스인 ‘링크(Link)’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 스트라이프는 링크를 AI 기반 자동결제의 핵심 서비스로 키우고 있다. 실제 두 회사의 결제액을 합하면 연간 약 3조7000억달러로, 전 세계 GDP의 약 3%에 해당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합병 법인은 결제 규모 기준 미국 최대 가맹점 매입사가 된다.
스트라이프는 디지털 결제시장에서 가맹점 측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다. 100만개 이상의 기업이 스트라이프 시스템을 통해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 2년 간 차세대 결제의 핵심이 될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꾸준히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연결 플랫폼 브리지(Bridge)를 11억달러에 인수했다. 브리지는 이후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수탁을 위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어 패러다임(Paradigm)과 함께 결제 특화 블록체인 ‘템포(Tempo)’를 출시했다.
지난달 말에는 마스터카드, 코인베이스, 비자, 블랙록 등 14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오픈USD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출범을 주도했다. 오픈USD는 미국 지니어스(GENIUS) 법안에 부합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설계됐으며, 스트라이프는 이를 자사 기본 스테이블코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오픈USD는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파트너들과 공유하는 구조로, 서클의 USDC와 테더의 USDT 수익모델에 직접 도전한다.
페이팔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팍소스 트러스트가 발행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PYUSD의 시가총액은 이달 중순 기준 약 28억5000만달러로 추정됐다. PYUSD는 9개 블록체인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2026년 3월 기준 70개 시장에 진출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하나의 회사가 브리지의 스테이블코인 연결 인프라, 템포의 결제 블록체인, PYUSD의 소비자 대상 스테이블코인, 오픈USD 컨소시엄의 주도권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결제, 정산, 소비자 유통을 하나의 기업이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구조다. 현재 어떤 결제회사도 이 같은 전체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실제 합병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이견은 인수가격이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주당 60.50달러는 “명백히 너무 낮다”고 평가했다. 버리는 지난 3개월 동안 페이팔 주식을 각각 49달러와 40달러에 매수했다. 그는 페이팔의 내재가치를 주당 75~115달러로 추정했으며, 가장 합리적인 가격은 약 100달러라고 분석했다.
그레이트힐캐피털의 토머스 헤이스도 주당 80달러가 넘는 인수가격조차 페이팔을 저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이팔 주가 흐름도 시장의 회의론을 뒷받침한다. 페이팔 주가는 인수가보다 약 9% 낮은 55.52달러에 마감했다. 일반적으로 거래 종결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 전환 인수에서는 주가와 인수가 사이의 격차가 2~5%에 그친다. 9%의 격차는 현재 조건으로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페이팔 이사회는 이르면 20일 회의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8일 발표되는 2분기 실적도 협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적이 좋으면 페이팔은 독자 생존과 기업가치 회복을 주장할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실적이 부진하면 이사회가 인수안을 거절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아울러 독점 규제도 중요한 변수다. 합산 결제액 3조7000억달러 규모의 기업 결합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 규제당국의 면밀한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