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77% 하락한 5만2146.42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01% 내린 7457.6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0% 떨어진 2만5520.24를 기록했다. 세 지수는 이날뿐 아니라 주간 기준으로도 모두 하락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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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이번 주 1년여 만에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으며, 7월 들어서만 18% 넘게 하락했다. 특히 지난 6월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보다 20.2% 떨어지면서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여전히 약 65% 상승해 같은 기간 약 9% 오른 S&P500지수를 크게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AI 투자 열풍에 제동…‘반도체 피로감’ 확산
이번 조정은 단순한 차익실현을 넘어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의문이 커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적인 계기는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가 미국 최고 수준 AI 모델과 성능 격차를 크게 좁혔다고 주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공개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진행되는 천문학적인 투자 규모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둘러싼 회의론도 확산했다.
로이터는 일부 액티브 운용사들이 이미 AI 투자 사이클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종목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AI 열풍을 주도했던 반도체주가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한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졌다는 것이다.
라이언 데트릭 카슨그룹 수석 시장전략가는 “시장이 반도체 피로감(chip fatigue)을 느끼는 것 같다”며 “최근 4주 가운데 3주 동안 반도체주가 하락했고 우려 요인은 모두 같다. 주가가 너무 앞서 나갔고 이제 현실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로 불리는 AI 대표 대형 기술주도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애플만 소폭 상승한 반면 메타는 2.8%, 알파벳은 2.2% 하락하는 등 AI 관련 대형주 전반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안젤로 쿠르카파스 에드워드존스 선임 투자전략가는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이 앤스로픽과 오픈AI의 최상위 모델에 필적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대규모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며 “AI 서비스 시장이 가격 경쟁에 더 민감해지고 있으며, 시장은 막대한 투자만 늘리는 기업들을 예전처럼 높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조정을 AI 투자 테마의 붕괴로 볼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투자 열풍이 성숙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AI 관련 자산 비중은 유지하되 경기민감주와 가치주 등으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도 이번 조정을 기술주 중심 장세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베아타 만테이 씨티그룹 전략가는 “시장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업종 확산을 기대하기 시작했다”며 “현재의 약세는 시장 붕괴라기보다 기술주에서 다른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실적은 선방했지만 넷플릭스·인튜이티브 서지컬 급락
기업별로는 실적 발표에 따른 희비가 엇갈렸다. 넷플릭스는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향후 실적 전망을 제시하면서 주가가 7.3%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가입자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콘텐츠 투자 확대에도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우버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를 약 15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2.1%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대규모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과 통합 비용 증가 가능성을 우려했다.
의료기기업체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보험 적용 기준 변경으로 일부 환자의 수술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다빈치 로봇수술 성장률 전망도 유지하면서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주가는 14.2% 급락하며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기업 실적 시즌 전체 분위기는 예상보다 양호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 편입 기업 49곳이 2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90%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S&P500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 전망도 지난 4월 초 19.2%에서 26.0%로 상향 조정됐다.
데트릭 전략가는 “실적 시즌은 매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은행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시장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며 “앞으로 기술주뿐 아니라 다양한 업종의 실적이 발표될 예정인 만큼 시장의 관심도 실적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심리는 개선…중동 긴장에 에너지주만 상승
경제지표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소비 회복세를 시사했다. 반면 단독주택 착공과 건축허가는 감소했고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쳐 제조업 경기 회복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긴장은 위험회피 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미국과 이란이 이날도 상호 공격을 이어가면서 국제유가는 상승했고,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에너지 업종만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8.10달러로 전장보다 4.5%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82.49달러로 전장보다 4.5%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6일째 이어지면서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수송 차질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주에는 호재로 작용했지만, 인플레이션 재자극과 기업 비용 증가 가능성을 키우며 전체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데이비드 와그너 앱터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주식운용 책임자는 “유가 상승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겠지만 아직 역사적 평균 범위를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다”라며 “향후 변동성은 커질 수 있지만 6∼12개월 시계에서는 미국 증시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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