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25년 12월 27일 이데일리에 기고한 ‘비트코인 가격의 방향성을 가리키는 지표들’에서 여러 분석기법을 소개한 바 있다. 전체시장 대비 점유율과 네트워크의 성장 가능성, MVRV-Z 스코어와 NUPL, 채굴자 수익과 투자자 심리 등을 통해 시장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려는 취지였다.
이번에는 그 가운데 MVRV와 MVRV-Z 스코어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비트코인의 대표적인 온체인 분석지표 중 하나인 MVRV는 현재 시장가치를 과거 이동가격으로 평가한 금액과 비교한다. 시장의 과열이나 침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숫자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투자 판단을 잘못 이끌 수도 있다.
앞선 글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실현가치를 시장의 평균 취득원가로 설명했다. 그러나 코인이 이동했다고 반드시 매매나 소유권 이전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중앙화거래소(CEX) 안에서 이루어진 개별 매매는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되지 않는다. 이번 글은 이러한 차이를 사례로 살펴보고, 지표의 유용성과 한계를 함께 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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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가치는 각 코인을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에서 옮겼을 당시의 가격으로 평가한 뒤 모두 더한 금액이다. 블록체인은 코인의 이동을 기록하는 공개 장부다. ‘실현’이라는 이름은 현재의 시세 대신 마지막 이동 시점의 가격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취지다. 다만 그 이동이 반드시 매매를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여기서 ‘실현’은 처분으로 인한 손익의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트코인이 세 개뿐인 시장을 생각해 보자. 첫 번째 코인은 가격이 3000만원일 때 마지막으로 이동했고, 두 번째는 5000만원, 세 번째는 7000만원일 때 이동했다. 실현가치는 합계 1억5000만 원이다. 현재 가격이 한 개당 1억원이라면 시장가치는 3억원이고, MVRV는 2가 된다.
이는 현재 시장가치가 과거 이동가격으로 평가한 금액의 두 배라는 뜻이다. MVRV가 1이면 두 금액이 같고, 1보다 작으면 현재 시장가치가 그 금액보다 작다. 값이 높을수록 과거 이동가격 기준보다 많이 올라 있고, 수치가 낮아질수록 그 기준에 가까워지며,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그보다 낮은 수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MVRV의 유용성은 시장의 가격 부담을 일정한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높은 값은 과거 이동가격에 비해 큰 평가이익이 쌓여 있음을 보여준다. 보유자들이 이익을 확정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1보다 낮으면 과거 이동가격 기준으로 시장 전체가 평가손실 상태에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과거 이동가격이 곧 적정가격은 아니다. MVRV가 높다고 반드시 비싸거나, 낮다고 반드시 싸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실현가치를 실제 취득가액으로 받아들이면 지표를 잘못 해석할 수 있다.
중앙화거래소(CEX)에서 비트코인 한 개를 5000만원에 샀다고 하자. 몇 달 뒤 가격이 1억원으로 올랐고, 이를 개인 지갑으로 옮겼다. 이 사람은 비트코인을 팔지도, 새로 사지도 않았다. 실제 구입가격은 여전히 5000만 원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실현가치 계산에서는 옮긴 해당 코인이 이동 당시의 가격인 1억원으로 평가된다. 보관 방법만 바꿨는데 지표에서는 가격 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이후 가격이 1억2000만원이 되었다면 실제 구입 가격보다 7000만원 오른 셈이다.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수익률은 140%다. 반면 마지막 이동가격인 1억원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20%다. 같은 코인인데도 기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가격이 하락한 뒤 옮겼다면 실제 구입 가격보다 낮은 가격이 기준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거래소 안에서는 반대의 문제가 생긴다. 중앙화거래소(CEX)는 고객들의 매매와 잔고를 내부 장부로 관리한다. 따라서 코인을 사고팔 때마다 블록체인에서 이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매매되어 실제 구입 가격이 바뀌어도 그 변화가 공개된 블록체인 기록에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실제 매매가 있었는데 공개 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매매 없이 지갑만 옮겼는데 새로운 가격이 기록되는 경우도 있다. 실현가치는 실제 구입 대금의 정확한 합계가 아니라 각 코인이 마지막으로 이동했을 당시의 가격을 이용해 구입 원가를 추정한 대용치(proxy)이다.
그래서 분석업체들은 같은 주체가 관리하는 지갑 사이의 이동을 찾아 제외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지갑의 주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특히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 출금한 경우, 그 사람이 언제 얼마에 샀는지까지 공개 장부만으로 추정하기는 어렵다. 개인의 실제 수익률은 매매 내역과 입출금 내역으로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MVRV-Z 스코어는 시장가치에서 실현가치를 뺀 금액을 과거 시가총액의 표준편차로 나눈 지표다. 쉽게 말해, 현재 시장가치와 실현가치의 차이가 과거 시가총액의 변동 정도에 비해 얼마나 큰지 살펴보는 것이다.
일반 MVRV가 과거 이동가격 기준의 몇 배인지를 보여준다면, MVRV-Z는 두 가치의 차이를 역사적 척도에 비춰 보여준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인 글래스노드는 비트코인의 MVRV가 1 미만이면 시장 전체가 미실현손실 상태에 있고, 2.4를 넘으면 상당한 미실현이익이 쌓여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또한 3.2를 넘는 구간에서는 역사적으로 시장 사이클의 고점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한다.
암호자산 시장 데이터와 분석 차트를 제공하는 알파파이낸스는 비트코인의 MVRV-Z가 0 미만이면 시장가치가 실현가치를 밑도는 구간으로, 4 이상 7 미만이면 과열에 주의할 구간으로, 7 이상이면 과열 구간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경계값은 과거 자료에 따른 참고 기준이며, 모든 코인이나 계산 방식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올해 10월4일 글래스노드 공개 페이지에서 확인한 비트코인의 최신 MVRV는 약 1.57, MVRV-Z는 약 1.04였다. MVRV 1.57은 시장가치가 과거 이동가격으로 평가한 금액보다 약 57% 높다는 뜻이다. MVRV-Z 1.04는 두 가치의 차이가 역사적 시가총액 표준편차의 약 1배라는 의미다. 앞서 제시한 기준으로 보면 온체인 추정 원가를 밑도는 침체 구간에도 극단적인 과열 구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만으로 앞으로의 가격 방향을 단언할 수는 없다. 수요가 약해져 가격이 떨어지면 지표도 낮아질 수 있으며, 낮은 상태에서 추가 하락이 이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지표가 높아도 새로운 매수 수요가 충분하면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수치의 높고 낮음만으로 매수·매도를 결정하기보다 가격 추세와 실제 수요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투자자는 MVRV와 함께 거래량, 신규 발행이나 잠긴 물량의 해제로 거래 가능한 코인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송금·결제나 블록체인 서비스 이용에 해당 코인이 얼마나 사용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앞선 글이 여러 지표를 통해 시장을 폭넓게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글은 MVRV의 유용성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MVRV는 현재 시장가치를 과거 이동가격 기준과 비교하는 데 유용하지만, 실제 취득가액이나 적정가치를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다른 분석 결과와 함께 활용할 때, 보다 합리적인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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