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사옥의 리모델링 설계를 이끈 벤 판 베르켈 유엔스튜디오 설립자겸 건축가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화가 추구하는 환경기술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방향성을 건축물의 디자인뿐 아니라 실제 기능에 담아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의미다.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인 판 베르켈은 로테르담의 랜드마크인 에라스무스 다리와 뫼비우스 하우스 등을 설계한 인물이다. 1999년 유엔스튜디오를 설립한 이후 지속가능성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건축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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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설계 철학은 건물 외벽에 적용된 반응형 디자인에서 구체화됐다. 그는 “건물 외벽은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며 “북쪽 외벽은 자연광이 더 많이 들어오도록 개방성을 높이고, 남쪽은 햇빛의 영향을 조절하는 한편 태양광 패널은 직사광선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특히 외부 조망과 인접 건물, 실내 공간의 용도까지 고려해 외벽의 패턴을 결정했다. 파라메트릭 설계 기법을 활용해 위치별로 달라지는 조건을 조정하고, 효율성이 높은 모듈형 패널 체계를 개발했다. 외벽이 단순히 건물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소를 넘어 실내 환경을 조절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기능까지 수행하도록 한 셈이다.
건물과 도시의 관계도 중요한 설계 과제였다. 판 베르켈은 “한화 본사를 주변과 단절된 독립적인 건축물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며 “청계천은 서울의 이 지역을 경험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만큼 건물 주변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어떤 공간을 경험하는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조경 디자이너 루스 판 플리트와 협업해 사옥 출입구와 보행 동선, 캐노피를 통합적으로 설계했다. 건물 주변에 작은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이를 청계천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옥과 도시의 경계를 낮추는 데 공을 들였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을 결정한 것은 지속가능성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판 베르켈은 “기존 건물의 구조에는 여전히 활용할 가치가 있었고, 이를 현대화하면서 한화의 정체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최신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중요한 배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된 고층 건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수명이 다한 건축물로 취급하거나 자동적으로 철거 대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며 “기존 건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그 건물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화 본사 프로젝트는 기존 고층 건물을 유지하면서 사용 수명을 연장하는 일이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건축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미 존재하는 건축물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능력은 앞으로 많은 도시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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