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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감탄이 가라앉고 나면 오랜 질문이 남는다. 고객은 이 차를 언제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실제 받을 수는 있는 걸까.
테슬라는 2017년 2세대 로드스터를 처음 공개하며 2020년 인도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에 제시한 생산 목표는 2028년이다. 계획대로여도 최초 공개부터 생산까지 11년이다. 화려해진 퍼포먼스만큼 미뤄진 약속에 대한 설명도 충분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자동차를 공중에 띄우는 기술과 고객에게 약속한 제품을 제때 넘기는 능력은 별개다.
기업이 파격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미래를 보여주는 것만으론 이전 약속을 지키는 게 아니다. 양산과 수익성은 먼 미래의 과제로 남겨둔 채 기대감만 먼저 기업가치에 반영된다면 신차 공개가 주가를 떠받치는 행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혁신을 향한 박수가 약속 불이행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시험장에서 보여준 성능이 소비자의 일상에서 어디까지 구현될 수 있는지, 그 성능을 어느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기술 시연의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이 간극을 설명할 책임은 남는다. 일정이 늦어졌다면 이유와 남은 과제를 밝혀야 한다. 예약금을 낸 고객은 개발의 불확실성을 무한정 떠안아야 하는 후원자가 아니다.
테슬라는 국내에서도 로드스터 사전예약을 받아 왔지만 여전히 국내 인도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객에게는 먼저 돈과 기다림을 요구하면서, 회사가 책임져야 할 시간표는 비워둔 셈이다.
한국 시장을 대하는 태도 역시 이참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3조 3000억원대 매출을 올렸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에 기여하는 바는 여전히 미미하다. 제조 과정에서의 공급망은 차치하더라도 감사보고서에는 기부금 내역이 없고, 판매 급증을 뒷받침할 정비망과 인력도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데 쏟는 열정만큼 이 시장에 돌려주는 노력도 필요할 때다. 커진 매출과 시장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 고객 서비스 요구는 당연하다.
로드스터의 파격까지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자동차를 보며 다시 놀라고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만드는 능력은 테슬라의 경쟁력이다. 이 같은 도전이 브랜드의 매력을 키우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실성을 따지는 일과 상상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은 동시에 가능하다. 지금 살 수 없는 차라도 그 브랜드의 다음 제품을 기다리게 만들게 한다면 의미가 있다. 과장된 퍼포먼스를 경계하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능력은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 자동차 제조사에도 던질 질문이 있다. 좋은 차를 만드는 데서 더 나아가, 대중이 열광하고 기다릴 미래를 얼마나 대담하게 보여주고 있는가. 물론 현대차의 N 비전 74와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처럼 그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는 있었지만, 이런 도전이 일회성 화제에 머물지 않도록 개발 과정과 성과를 꾸준히 공개하고 제품으로 연결하려는 좀 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모든 개발 과제에 당장의 손익부터 묻는 분위기라면 도전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에는 약속을 지키는 책임을, 우리 제조사에는 상상력을 펼치는 용기를 주문하고 싶다. 대중을 설레게 할 만큼 대담하되, 고객과 시장에 진 빚은 잊지 않는 그런 기업이 자동차의 미래를 그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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