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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주축이 되는 곳은 삼천포항 방파제 인근의 ‘팔포매립지 횟집거리’다. 300m에 걸쳐 횟집 20개가 밀집해 있다. 개업한 지 최소 20년이 넘는 곳들이다. 다른 축제처럼 외부업체가 참여하는 구조가 아닌 덕분에 바가지 요금 같은 얕은 상술이 끼어들 틈이 없다. 가게마다 메뉴와 가격도 전어회와 전어무침, 전어구이는 3만원, 전어회덮밥은 1만원 등으로 평소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제주할망횟집을 운영하는 고종표 사장은 “축제 때 반짝 매상을 올리는 것보다 ‘사천 전어’를 알리고, 지역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상점들 사이엔 이미 축제 이후에도 꾸준히 삼천포를 찾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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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은 충남 서천, 전남 광양과 함께 대표적인 전어 산지로 꼽힌다. 축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삼천포 전어’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랐다. 나름의 근거도 그럴듯하다. 장제영 회장은 “쿠로시오 난류가 도는 곳은 생선과 어패류가 빨리 자라버려서 육질이 떨어지는데, 삼천포는 유일하게 난류가 돌지 않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어떤 이는 사천 앞바다의 센 물살을 이유로 들었다. 그 사이를 헤엄친 전어는 운동량이 많아 살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을 키운 사람이 멋진 것과 같은 원리란다.
적어도 전어의 제철은 여름에 시작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여름 전어는 살이 부드럽고, 뼈가 덜 여물어 연하다. 평소에는 세 꼬시를 못 먹는 사람도 뼈째 먹을 때의 고소함을 만끽할 수 있다.
“여름에는 회가 맛있고, 가을에는 구이가 낫지요.” 45년째 횟칼을 잡고 있는 복원횟집 강도율 사장은 전어를 썰며 이렇게 말했다. 채를 치고, 포를 뜨는 등 썰어내는 방법만 일곱가지다. 그는 “손님이 원하는 대로 썰어준다”면서도 “찬 바람이 불면서 뼈가 억세지기 때문에 얇게 썬다”고 말했다. 여름에는 회 한 점을 폭 2~3cm로 큼직하게 낸다면, 늦가을에는 0.2mm 정도의 얇은 채로 낸다. 전어의 두툼한 살맛을 느끼고 싶다면 여름이 적기인 이유다.
전어는 구우면 한층 더 뼈가 부드러워진다. 삼천포 사람들이 여름에 전어구이를 먹고 난 자리에는 머리 쪽의 작은 돌 이석(耳石)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만큼 뼈가 부드럽다. 구울 때 군침 도는 향을 풍기는 것은 여름 전어도 마찬가지다.
횟집 거리를 둘러본 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전어회를 주문하니 깨와 쪽파를 얹은 회 한 접시와 쌈 채소, 양념장이 차려졌다. 삼천포 사람들이 먹는 대로, 고추를 넣어 매콤한 막장에 찍어 먹는다. 가을 전어가 기름이 오르고 살이 차올라 쫀득했다면, 여름 전어의 살은 야들야들하고 보들보들하다는 느낌이다. 신선한 풋내도 느껴진다. 뼈가 억세지 않아 몇 번만 씹어도 금세 넘어간다. 기름기는 덜 돌지만 그래서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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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가 귀한 생선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0년대 삼천포 바다의 주인공은 쥐치였다. 삼천포 사람들이 ‘쥐고기’라고 부르는 쥐치는 회로 먹기에도 맛이 좋지만, 말리면 쫀득한 살맛이 더욱 살아난다. 그렇게 쥐치를 말려 포로 만든 쥐포의 고향이 바로 삼천포다. 조미한 어포를 즐기는 일본에 삼천포 쥐치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항구 일대는 ‘대박’이 났다. 당시 삼천포에는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바다 사정도 ‘물 반, 고기 반’일 정도로 넉넉했다. 우럭, 감성돔, 뽈락 같은 생선도 많이 잡혔다. 그 사이에서 가시가 많고 살이 적은 전어는 찬밥 대접을 받았다. 사천시 문화관광해설사 손순애씨는 “지금 30대인 아이들이 어릴 때만 해도 전어는 시장에서 만원을 주면 50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며 “그렇게 한아름 가져간 전어에 양념을 더해 회무침으로 식탁에 올리는 것이 삼천포 사람들의 흔한 집밥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쥐치를 비롯해 다른 어종의 어획량이 줄어들고, ‘가을 전어 며느리설’이 유행하면서 전어가 뒤늦게 삼천포의 스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전어축제가 생긴 것도 이러한 이유다.
어느새 축제장에 긴 줄이 늘어섰다. 전어 시식회에서 전어를 맛보려는 사람들이었다. 시식회 준비 테이블에는 낯선 기계가 눈에 띄었다. 전어를 뼈째 회쳐주는 세꼬시 기계다. 지켜보니 회가 빨리 나오긴 하는데, 들쭉날쭉한 모양새가 영 못 미덥다. 알고 보니 회를 빠르게 내는 것은 둘째 문제고, 생선이 사람 손에 익어버리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기계에 횟감을 넣던 자원봉사자가 “전어는 예민한 생선이라, 온도가 1도만 올라도 익어버리거나 죽어버린다”고 말했다. 해수온 상승이 전어 어황에 치명적인 타격이 되는 이유다. 한 횟집 사장은 “전어 수조는 온도를 항상 18~19도로 유지하는데, 요즘 바다 수온은 25도를 넘으니 전어가 잘 잡히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했다.
전어는 한 해를 걸러 풍작이 찾아오는 ‘해걸이’ 생선이다. 지난해가 어황이 좋은 해이긴 했어도, 올해 전어 어획량은 작년의 반에도 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는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어가 맛보기 어려운 귀한 생선이 되기 전, 부지런히 전어 제철을 챙겨야 할 듯싶다. 그리고 올해 전어 제철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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