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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GBC '105층' 대신 '49층' …정의선은 '쓸모'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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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기자I 2026.09.17 0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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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에는 스토리가 있다]현대차그룹
2031년 완공 정의선표 사옥
105층 ‘100년의 상징’서
49층 3개동으로 재설계
정원·공연장 품은 GBC
기업의 꿈, 시민과 공유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 부지에 조성할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조감도. 지난 10년 간 몇 차례의 설계 변경을 거쳐 현재 최고 242m·49층 타워 3개동으로 구성됐다. (사진=서울시)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 부지에 조성할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조감도. 지난 10년 간 몇 차례의 설계 변경을 거쳐 현재 최고 242m·49층 타워 3개동으로 구성됐다. (사진=서울시)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현대차그룹이 2014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할 때 처음 그린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105층 단일 초고층 타워였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현재의 GBC 구상은 242m·49층 타워 3개동으로 바뀌었다. 기업의 상징을 반드시 가장 높은 건물로 보여줘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숙고의 결과다.

105층 원안 심의에 참여했던 이광환 건축법규원장은 500m가 넘는 초고층 업무빌딩의 비효율을 ‘복숭아’에 빗댔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사람을 수송할 엘리베이터가 많아지고 각종 설비를 넣을 건물 중심부도 커진다. 겉으로는 건물이 커지지만 실제 임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사무공간이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 원장은 “복숭아가 커 보여도 씨가 너무 커지면 실제 먹을 부분은 별로 없는 것과 같다”며 “한전 부지가 좁아 반드시 위로 공간을 늘려야만 하는 땅도 아닌 만큼 실용을 택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시간도 기업에는 비용이다. 원안 구조설계에 참여한 정광량 CNP동양 대표는 “초고층은 완공까지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세계적인 산업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기업이 10년 이상 하나의 계획을 고정해 추진하는 것 자체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05층 GBC가 추진되는 사이 자동차산업의 경쟁축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AI와 로보틱스로 빠르게 움직였다.

초고층이 초래한 현실적인 어려움은 건축비와 공사기간만이 아니었다. 국방부는 2018년 GBC가 수도 방어를 위한 전투비행과 군 레이더 이용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비행안전·전파영향 등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GBC 계획은 이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수도권정비 관련 심의에서 보류됐다.

결국 현대차와 국방부는 2020년 작전 제한사항 해소 방안에 합의했다. 현대차는 GBC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레이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공군의 신규 레이더 구매비용뿐 아니라 설치·운영·유지관리 비용까지 부담하기로 했다. ‘국내 최고층’ 상징을 얻기 위해 군 작전 문제까지 해결해야 했던 셈이다.

2016년 초기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조감도. 105층의 초고층 건물로 설계됐다. (사진=현대차그룹)
2016년 초기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조감도. 105층의 초고층 건물로 설계됐다. (사진=현대차그룹)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이 단지 싸고 빨리 지을 수 있는 평범한 사옥을 택한 것은 아니다. 이광환 원장은 오히려 정의선 회장이 앞선 세대보다 건축가와 건축설계 자체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경영자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이 GBC 디자인을 애플파크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포스터+파트너스(Foster+Partners)’에 맡긴 게 그 방증이다.

애플, 구글 등의 사옥을 디자인한 포스터+파트너스는 GBC를 세 개의 타워와 전시장·공연장, 대규모 녹지와 정원을 묶는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들이 본사를 단순한 업무용 건물이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드는 흐름을 이곳에서 구현하려 하는 것이다. 서울시 역시 GBC를 글로벌 비즈니스·문화 중심지이자 시민이 이용할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다만 여전히 105층 원안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광량 대표는 “서울 시내에서 삼성동처럼 교통망과 업무·상업시설 등 초고층 건물 입지 조건을 갖춘 곳은 흔치 않다”며 “이곳에 초고층이 들어섰다면 서울의 글로벌 위상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에도 아쉬울 수 있는 결정이다. 105층 원안에는 국내 초고층에서 흔치 않은 메가브레이스 구조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현대건설이 이를 직접 완공했다면 세계 초고층 건설시장에서 내세울 만한 100층급 시공실적을 얻을 수 있었다.

해외 대형 건설사업에서는 과거 시공 실적이 다음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좌우한다. 삼성물산 역시 1990년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입찰 당시 요구된 고층건물 시공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 무역센터를 지은 극동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렸고, 이후 세계적인 초고층 건물의 시공 경험을 계속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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