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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배임죄에 현금 쌓는 기업, '경영 판단 범죄화' 법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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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6.08.28 0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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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이 배임죄로 기소되면 기업은 어떻게 움직일까. 투자를 늘리기보다 현금을 쌓는 쪽으로 몸을 사리고 재무를 보수적으로 운용한다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 2016~2026년 배임 기소 사실을 공시한 119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공시 7분기 뒤 현금보유비율이 직전 분기보다 5.4%포인트 높아졌다. 표본 기업의 평균 현금보유비율 12%와 비교하면 작지 않은 변화다. 배임죄가 기업의 위험 감수와 투자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의 배임죄는 형사 처벌의 범위와 강도가 유난히 넓다.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죄에 상법상 특별배임죄가 병존하고,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된다. 50억원 이상이면 최대 무기 징역형도 가능하다. 문제는 ‘임무에 위배한 행위’나 ‘재산상 손해’ 같은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사후적으로 실패한 경영판단까지 형사사건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배임·횡령 사건 무죄율이 전체 형사사건 평균의 2배라는 조사도 이런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기업 경영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신사업 투자나 인수합병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절차를 지켜 내린 합리적 판단까지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로 기소되고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면 경영자는 최선보다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 기업에 현금이 쌓여도 투자와 혁신은 줄어드는 이유가 된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정은 했다. 법무부는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하고 처벌 공백을 막기 위한 대체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며 하반기 핵심 과제에도 ‘형법상 배임죄 폐지·대체입법’을 다시 넣었다. 그러나 목표와 달리 입법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서둘러야 한다. 사익 편취와 고의적 회사 재산 침해는 엄벌하되 정상적인 경영판단은 형사책임에서 분리해야 한다. 배임죄 구성요건을 구체화하고, 적절한 정보와 절차에 따라 선의로 내린 통상적 결정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판단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인에게 특혜를 주자는 게 아니다. 실패할 자유도 없는 경제에서는 혁신도 투자도 나오기 어렵다. 경영판단을 범죄화하는 형사 리스크를 걷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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