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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거나 다분히 감정적인 언어가 실시간으로 유출되면서 당정 간 혹은 사회적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심야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폭풍처럼 쏟아지는 메시지로 인해 국무위원들과 관계 공무원들은 밤잠을 설치며 대응에 급급해하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 조직의 자율성과 시스템적 신뢰성을 크게 위축시킨다. 빅데이터 연관어에 ‘공무원’과 ‘급락’이 함께 등장하는 이유 역시, 최고 지도자의 속도전과 일방향적 소통이 국정 전반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관가에 무력감을 안겨줘 국정수행 평가의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여론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SNS를 가리켜 ‘자신의 목숨줄’(생명줄)이라고 칭하며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이 대통령은 변방의 정치인에서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거쳐 대권에 오르기까지 기성 언론이나 정당의 기존 틀보다는 SNS를 통한 원색적인 직접 소통으로 대중적 팬덤과 정치적 역량을 구축해 왔다. 어떠한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도 지지자들과 직접 호흡해 여론을 반전시켰던 경험이 강력한 승리 방정식으로 각인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SNS는 단순히 국정 홍보의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 생존을 가능케 했던 본질적인 근간이자 무기인 셈이다. 하지만 당선 이후 최고 지도자가 된 시점에서도 여전히 집권 이전의 여론 주도 방식을 강행하는 것은 중도층과 무당층에게 피로감을 안겨준다. 빅데이터상에 표시된 중도층, 주택, 전월세, 공공임대 등의 키워드가 보여주듯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은 정제된 메시지 속에서 실행되는 실질적이고 안정적 주거·민생 정책이지 지도자의 끊임없는 메시지 폭풍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정치사에서 SNS에 대한 오판과 남용이 민심을 등 돌리게 만든 결정적 사례들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례를 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공식 브리핑이나 외교적 격식을 갖춘 정례 절차 대신 개인 소셜미디어(엑스)를 통해 주요 장관의 해임을 통보하고 심야에 폭풍 같은 트윗을 연달아 올리며 국가 주요 정책을 전격 발표하고 있다. 초기에는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일시적 효과를 냈지만 결국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도발적인 발언이 국론 분열과 중도층의 대대적인 이탈을 자초하며 패착이 되고 있다.
국내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여야를 막론하고 역대 지도자나 거물급 정치인들이 이슈 주도권을 쥐기 위해 SNS 소통을 강화하다 속도전에 치우친 나머지 왜곡된 사실이나 과격한 표현을 노출해 여론의 철퇴를 맞았던 전례가 수차례 존재한다. 소통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메시지의 무게감과 정당성은 감소하며 SNS의 자극적인 속성이 지지층에게는 친밀감으로 다가갈지 몰라도 불특정 다수의 국민에게는 가볍고 독단적인 국정 운영으로 비칠 위험성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인공지능(제미나이) 활용 국정 결정, 밤잠을 설치는 SNS 메시지 발송, 국무위원들의 우려 속에 추진된 국무회의 생중계 등의 파격 행보가 실제 민심 지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최근 현상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 지지율 향방은 객관적인 조사 수치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아시아경제의 의뢰를 받아 10월 19~23일 실시한 조사(전국 2517명 무선자동응답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포인트, 응답률 2.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직전 주 대비 2.0%포인트 하락한 35.3%로 집계됐으며 부정 평가는 62.3%로 치솟았다.
결국 빅데이터 연관어에서 포착된 부동산, 공공임대, 전월세, 주택, 안정 등의 단어들은 국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국정 과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가리키고 있다.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의 지도자상은 실시간으로 의견을 쏟아내는 ‘디지털 소통가’가 아니라 정제된 언어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최고 통치자’다. 지금처럼 민심의 반발과 참모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SNS를 중심으로 한 파격적이고 과잉된 일방향적 소통을 ‘생명줄’이라며 강행한다면 중도층과 무당층의 이탈은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지도자의 소통은 양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소통이 담고 있는 진정성과 정제된 국정 시스템과의 조화 속에서만 국민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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