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파라과이 대한민국대사관은 재외동포청의 지원을 받아 카빌도문화원 내에 한인 이민의 역사와 삶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을 만드는 일을 올해 초부터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 파라과이 한인사회가 적극적으로 함께 했다. 동포들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사진과 문서, 생활자료를 내놓았고 전시공간 조성을 위한 재정 기부에도 기꺼이 참여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마음과 손길이 모여 만들어진 ‘한인 이민역사 코너’가 드디어 다가오는 이달 29일 문을 열 예정이다.
한국과 파라과이는 1962년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1965년 첫 공식 농업이민단이 파라과이에 도착하면서 한인 이민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파라과이한인회에 따르면 이후 파라과이를 거쳐간 한국인은 20만 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일부는 파라과이에 정착했고 다른 이들은 이곳을 거쳐 브라질, 아르헨티나, 미국 등 미주 각지로 삶의 터전을 넓혀 갔다.
초기 이민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농업이민으로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이곳에 왔지만 실제 정착 여건은 기대와 달랐다. 많은 이민자에게 영농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고 한국과 다른 기후와 자연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스페인어와 과라니어라는 언어의 장벽도 넘어야 했다. 그러나 선대 이민자들은 주어진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갔다. 농업만으로 삶을 이어가기 어려워지자 상업과 의류제조업, 서비스업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번 전시공간 조성은 단순히 박물관에 한인 코너 하나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한인들의 삶과 기억을 파라과이의 역사 속에 정식으로 기록하는 일이면서 그 공간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한인사회가 다시 한번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전시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오래된 사진과 생활용품 하나에도 한 가족의 이민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해 온 물건을 기꺼이 내놓은 동포들의 마음에는 ‘우리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다’는 공통된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전시공간에는 첫 농업이민단의 여정과 파라과이 한인사회의 주요 역사를 보여주는 연표, 당시의 사진과 기록들이 소개된다. 이민 1세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구술 영상도 마련했다.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기억을 함께 남기고자 했다.
오늘의 한인사회를 일궈 온 이민 1세대와 선대 이민자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한인의 뿌리와 역사를 다음 세대에 남기는 일에 귀한 재정 기부로 동참하고 소중한 자료와 기억을 나눠 주신 동포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전시공간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준 카빌도문화원 관계자들의 협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0여 년 동안 한인들이 파라과이에서 만들어 온 삶의 역사가 이제 까빌도에서 파라과이의 역사와 함께 기억된다. 이 작은 공간이 선대 이민자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곳이자 우리 후손들이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한국과 파라과이의 다음 세대가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두 나라가 함께 만들어 갈 새로운 관계를 생각하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카빌도문화원에 담긴 한인들의 삶과 기억이 오래도록 보존돼 파라과이의 역사 속에서 한인 이민의 발자취를 전하는 소중한 기록으로 남기를 바란다.
사진=
|
![파라과이의 역사에 새겨진 한인 이민 60년[공관에서 온 편지]](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160004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