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다시 신기록을 쓰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은 714억달러로 역대 최대다. 반도체 수출이 341억달러로 259% 급증하며 전체 수출의 48%를 차지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하지만 한 품목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발 호황’이라는 구조적 불안도 함께 보여준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고용이다. 한국은행의 2024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최종수요 10억원이 만들어내는 취업자 수를 뜻하는 전체 취업유발계수는 전년 8.2명에서 7.8명으로 떨어졌다.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도 5.4명에서 5.0명으로 낮아졌다.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광학기기는 3.62명에서 2.87명으로 감소했다. 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같은 돈이 만들어내는 일자리 효과는 약해졌다. 물론 이를 “반도체 때문에 일자리가 줄었다”고 해석할 일은 아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자본·기술집약 산업이어서 공장 한 곳에 수조원 이상을 투자해도 생산액에 비해 직접 고용 인원은 많지 않다. 제품가격 상승이나 자동화가 취업유발계수를 낮추는 측면도 있다. 반도체를 덜 키워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반도체의 성과를 어떻게 더 많은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느냐다. 소재·부품·장비, 설계, 패키징,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와 AI 서비스까지 산업생태계를 넓혀야 한다. 대기업 주변에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고 대학과 연구소까지 연결돼야 좋은 일자리도 따라온다. 청년고용이 장기간 부진한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절박하다. 수출은 신기록인데 청년들은 취업 문을 뚫기 어렵다면 성장의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공 일자리를 숫자로 늘리거나 현금성 지원을 반복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국내에서 투자하고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노동·입지·교육·규제를 손보고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키워내야 한다.
반도체 수출 341억달러는 긍지의 숫자다. 하지만 여타 기업의 투자와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질 때 호황의 과실이 넓게 퍼진다. 반도체라는 핵심축을 더 키우면서 여러 산업과 고용으로 성과가 넘어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외발 호황’을 진짜 성장으로 바꾸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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