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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도체가 끌어올린 성장률··· ‘호황의 시간’ 개혁에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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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6.10.28 05: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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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0% 늘었다. 시장 전망 0.8%와 한은의 기존 전망 0.3%를 모두 웃돈 ‘깜짝 성장’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3.4% 증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2.3%, 설비투자가 4.1% 늘었고 제조업도 2.0% 성장했다. 정부 소비와 건설투자 반등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숫자가 좋다고 안도부터 할 때는 아니다. 민간소비는 오히려 0.2% 줄었다. 성장의 온기가 아직 경제 전반으로 충분히 퍼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무엇보다 지금의 성장세가 반도체 경기와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한은도 최근 경제상황 평가에서 반도체 경기의 강한 호조가 수출과 투자를 이끌면서 기존 전망경로를 웃도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향후 성장경로에는 반도체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은 분석에서는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분의 약 78%가 가격 상승 효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가 둔화해 반도체 가격과 수출물량이 함께 줄 경우 성장률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한은의 경고다.

그렇다면 지금의 호황은 자축할 시간이 아니라 개혁할 시간이다. 반도체가 벌어주는 소득과 투자 여력을 노동·금융·규제 개혁에 써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경직된 임금·고용체계를 손보고 기업의 신규 투자와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는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금융도 부동산 담보와 가계대출에 치우친 자금 흐름을 생산적 기업금융 쪽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산업의 저변도 넓혀야 한다. 바이오·로봇·에너지·서비스 등에서 제2, 제3의 성장엔진을 키우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반도체 업황에 계속 휘둘릴 수밖에 없다. 반도체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력망·용수·인력·세제·인허가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개혁은 호황기 때 못하면 불황기에는 더 어렵다. 반도체가 벌어준 지금의 여유를 정책 성과로 자축하며 흘려보낼 것인가, 경제 체질을 바꾸는 시간으로 쓸 것인가.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다음 하강기를 잘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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