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중동서 17조원 ‘수주 잭팟’ 터질까…“자재 공급망 뚫어야 수익 확보”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박지애 기자I 2026.04.28 05:10:03

사우디·UAE 등 복구비용 26조
국내 수주 가능 사업은 17조 수준
중동 시공 경험 많아 中보다 유리
해외 의존하는 기자재 조달 관건
납기 못 맞추면 수익성 낮아져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중동 재건 기대감이 시장을 달구고 있지만, 실제 국내 건설사들에게 ‘돈이 될 기회’가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수 십조원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복구 시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시공사인 한국 기업이 유리하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피해 규모와 발주 시점, 수익성까지 고려하면 낙관론만으로 접근하기에는 변수들이 적지 않다.

미국 이란 전쟁으로 인한 주요 피격시설 시공 현황
“속도가 돈”...원시공사에 17조 기회올까

증권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 컨설팅사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가 분석한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에너지 시설 복구 비용을 대략적으로 총 250억 달러(약 37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 시설 가운데 약 30%는 이란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 70%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등 걸프 지역에 분산돼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를 토대로 추산한 이란을 제외한 중동 지역의 복구 시장 규모는 약 180억달러(약 26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2024년(185억달러), 2025년(119억달러)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연간 수주 실적에 맞먹거나 넘어서는 규모다.

이란의 경우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지속되고 있어 국내 건설사의 직접 수주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실제 수주 가능성이 있는 시장은 사우디·UAE·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 등 비(非)이란 걸프 지역으로 좁혀진다.

이들 국가는 과거 국내 건설사들이 EPC(설계·조달·시공) 방식으로 대형 정유·가스 플랜트를 대거 수행했던 핵심 시장이다. 특히 2000년대 후반에는 사우디와 UAE 주요 화공 플랜트 사업을 사실상 독식했고, 2009년에는 중동 전체 에너지 EPC 발주 물량의 50%를 차지하며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존 시공 이력이 원시공사 중심의 재건 발주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경우, 국내 업체들이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약 17조~1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화랑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의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 실적이 거의 없었던 반면, 중동은 오랜 기간 핵심 시장으로 다수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축적된 지역”이라며 “중동 전쟁으로 시설물의 파괴 정도에 따라 재건이 급박할 수록 비용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중국 기업보다 우리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에너지·산업시설 복구는 비용보다 조기 정상화가 핵심인 만큼, 기존 원시공사를 우선적으로 찾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재건 사업의 경우 조기 정상화가 핵심인 만큼, 발주처가 기존 설비와 인프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존 수행사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에너지·산업설비 복구는 비용보다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재가동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공기 준수와 속도가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해 규모·범위 ‘안갯속’…한국 독식 장담 어려워

다만 우리 기업이 과거 시공을 맡았다고 해서 재건까지 이어질지는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피해 규모와 범위에 대한 정밀한 파악이 선행돼야 발주 시점과 방식, 사업성 등을 가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EA에 따르면 이란의 사우스 파스 가스전, 라반 정제소, 샤르에레이 유류 저장소 등 핵심 에너지 거점이 반복적인 공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체적인 파손 범위와 부위는 아직 정밀하게 파악되지 않은 단계다.

업계에서는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은 핵심 공정이 손상된 경우 원시공사가 재참여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외에는 신규 입찰이나 현지 시공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 현장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국내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 “기본적으로 어떤 재건 사업이든 어느 부위가 얼마 만큼의 손해가 있고, 복구를 위해 어떤 기술을 적용할 지 등 스터디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외부에 공개된 영상으로 파악하는 단계라 정확히 알 수가 없다”며 “손상된 부분이 기술적으로나 설계적 혹은 공정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부위일 경우 원시공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변수로 타격받은 부위가 준공된지 20~30년 이상된 곳이라면 적용된 기술도 발전된 부분이 있기에 아예 새로 입찰 경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만일 10년 이내 지어진 부위가 파손됐을 경우 이 역시 입찰 보단 원시공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번 전쟁이 드론 중심으로 국지적 타격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부 복구는 현지 시공사 중심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피해가 제한적인 경우 외부 대형 EPC 발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앞선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경우에는 도심이 전체가 파괴되는 등 피해가 컸던것에 반해 현재 미국과 이란 전쟁은 현재 외부에서 봤을 때를 기준으로 드론 위주의 공격으로 국지적 파괴가 산발적으로 있는 듯 보인다”며 “이 정도 복구 공사라면 중동 내 시공사들이 해소할 수 있는 수준도 상당해 보인다”고 전했다.

파손 정도가 제한적이거나 원시공사 참여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비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등 경쟁사의 진입 여부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화랑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전쟁 피해가 큰 국가들 상당수는 이미 중국과 인도와의 일대일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된 지역”이라며 “이들이 산유국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예전만큼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자금 조달과 비용 측면에서 중국 기업들이 파고들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 수주 하더라도...기자재, 발주 지연 등 고려해야

만일 원시공사인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를 따내더라도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플랜트 재건 사업은 시공보다 ‘기자재 조달’이 핵심인데, 현재 이 부분이 가장 큰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주를 따내더라도 핵심 장비 확보가 지연될 경우 공사 일정은 물론 수익성까지 훼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화랑 부연구위원은 “재건 사업에서는 시공보다 기자재가 더 중요하다”며 “시공은 국내 건설사가 맡더라도, 터빈 등 핵심 장비는 미국·유럽 등 제3국 벤더에 의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AI 산업 확대로 발전설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장비 납기에만 2~3년이 소요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수주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도 따져봐야 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실제 수익성은 계약 구조와 사업 수행 전략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이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원가 연동 조항 적용이나 선발주, 환헤지, 조달 전략 다변화 등 각사별 계약 구조와 사업 수행 방식에 따라 실제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수익성 확보의 관건은 발주처의 ‘절박함’이라는 분석이다.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라면 공기와 공사비 조건이 완화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과거와 유사한 저수익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실제 중동 사업에서 국내 건설사들은 2010년대 다수의 정유·화학 플랜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부진을 겪은 바 있다”며 “중동 발주처가 한국 시공사들과 협업한 경험이 많은 만큼 공기와 공사비를 타이트하게 설정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재건 발주가 현실화되더라도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1990~1991년 걸프전과 2003~2011년 이라크 전쟁의 경우에도 주요 기반시설 복구 사업 발주는 종전 이후 약 1년가량의 시차를 두고 본격화된 바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 특수가 과대평가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발주 지연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은 있다”며 “휴전이 아닌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재건 사업을 최종 승인하고 추진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발주 시점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