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택배 기사의 새벽 배송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생활 물류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택배 기사의 건강권 보호 등을 이유로 이 당의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해 지난해 9월 출범시킨 ‘사회적 대화 기구’가 공전을 거듭하자 법으로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염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작업 시간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 시간은 명시돼 있지 않지만 주 48시간 안팎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화 기구 관계자들의 관측이라고 한다.
이 법안은 대화로 풀어야 할 노사 현안을 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 외에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실제 일을 하는 대다수 새벽 배송 기사의 의사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쿠팡의 위탁 택배 기사 1만여 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가 지난해 24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93%는 “배송 제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하는 시간이 줄면 수입도 감소하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뜻이다. 줄어드는 수입을 택배사 측이 보전해 준다고 해도 이는 운송비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한국상품학회는 새벽 배송 시간을 주 60시간에서 주 48시간으로 제한하면 기사수입 보전과 추가 인건비에 연간 4428억원의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추산했다.
법안은 새벽 배송을 이용하는 수많은 가정과 플랫폼에 입점한 수십만 상공인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 국회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야간 장보기가 불가능한 맞벌이 가정에 새벽 배송 제한이 안길 불편을 호소하는 내용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새벽 배송이 중단되면 많은 자영업자들이 새벽에 직접 시장을 봐야 하고 이는 인건비 부담과 영업 준비 시간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파생될 부작용이 곳곳에 널려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합의 도출을 위한 대화를 멈춰선 안 된다. 택배 기사 보호도 옳지만 청년 일자리가 말라붙고 생계를 위해 부업 전선에 뛰어드는 N잡러가 줄을 잇고 있는 생업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는 이들의 선택권을 법으로 막는 것이 타당한지 냉정하게 살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