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도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10일 수출은 212억 86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다. 무역수지도 18억달러 흑자를 냈다. 숫자만 보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속을 보면 마냥 ‘수출 호황’이라며 자화자찬할 상황이 아니다. 반도체에 증가세가 지나치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은 99억 5200만달러로 무려 155% 늘었다. 전체 수출의 47%, 사실상 절반이다. 더 주목할 것은 전체 수출 증가액 66억 4000만달러 중 반도체가 91%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빼면 수출 증가율은 5.4%에 그친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효자 산업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약진은 국가 경제로서도 크게 반길 일이다. 문제는 이 호황의 그늘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데 있다. 품목별 온도 차도 커서 석유제품은 65%, 컴퓨터 주변기기는 140% 증가했지만 철강은 4% 증가에 그쳤다. 승용차는 81%, 선박은 58%, 자동차부품은 36% 감소했다. 승용차 급감에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지만, 수출 호조가 산업 전반에 골고루 퍼져 있는 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
수출로 보는 한국 경제는 ‘외발 호황’을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특정 산업이 워낙 잘 달려 전체 지표를 끌어올리지만 다른 산업의 체력이 함께 좋아진 것은 아니다. AI산업 진입기라며 이번 호황은 완전히 다르다고는 하지만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경기순환 산업이다. AI 특수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경제 내부의 양극화도 문제다. 반도체 산업과 여타 전통적 중소산업의 격차가 워낙 커서 다수 국민의 체감 경제는 수출 통계와 사뭇 다를 것이다. 반도체 호황을 한국 경제 전체의 잔칫상으로 착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는 기록적인 수출 증대의 외형 숫자에 만족해할 일이 아니다. 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 등 다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규제와 그로 인한 비용 부담부터 걷어내고, 신산업을 미래의 수출 축으로 키워야 한다. 반도체가 잘나갈 때가 산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적기다. 외발만으로는 오래 달릴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