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 사회 접어든 한국, 산업 자동화는 필수
린드옘 사장은 16일 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태 지역 제조업의 최대 과제로 숙련 인력 부족을 꼽았다. 특히 그는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공급망 충격까지 겹치면서 산업 운영의 복잡성이 인력 공백과 동시에 커지고 있다”며 “산업 자동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은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이 탁월해 축적한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중동 등 해외 프로젝트로 수출하고 있다”면서 “조선과 생명과학 산업의 지속적 고도화도 주목할 지점이기에 산업 자동화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핵심 산업별 전망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반도체는 ‘현재 가장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평가했고, 배터리는 최근 수요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공정·소재 분야의 기회는 여전하다고 봤다. 반면 석유화학은 한국과 일본 모두 공급 과잉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만큼, 신규 투자보다 기존 설비의 현대화와 생산성 향상 지원이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린드옘 사장은 산업용 AI의 진짜 관건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산업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장의 운영기술(OT) 데이터를 IT 환경으로 가져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첫 단계”라며, 고객들이 실제로 높게 평가하는 부분도 AI 자체의 정교함보다 산업별 용어와 공정에 맞춰 미리 학습돼 ‘설치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라고 덧붙였다.
에머슨의 차별화 요소로는 DCS 플랫폼 ‘델타V(DeltaV)’ 등 산업별 플랫폼에 축적된 도메인 지식을 꼽았다. 델타V(DeltaV)는 공장 안의 수많은 설비와 센서를 하나로 연결해, 생산 공정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자동으로 지휘하는 ‘공장 전체의 두뇌’ 같은 제어 시스템이다.
그는 “현재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분야는 작업자 지원(Operator Assistant)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20~30년 전부터 다변수 공정제어(APC)와 머신러닝을 산업 현장에 적용해 왔으며, 최근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에이전틱 AI의 등장으로 작업자가 한국어든 영어든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
‘본 디지털’ 공장 일상화…자율 운영 플랜트 시대
향후 10년의 가장 큰 변화로는 “기존 공장의 현대화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1970년대부터 가동돼 온 국내 노후 공장들도 AI를 활용하면 기존 제어 시스템의 코드를 새 시스템으로 자동 변환할 수 있어, 과거보다 훨씬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현대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신규 공장은 처음부터 ‘본 디지털(Born Digital)’로 지어질 것이라며 기존 공장과 신규 공장의 전환 방식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린드옘 사장은 에머슨의 비전으로 ‘경계 없는 자동화(Boundless Automation)’를 제시했다. 그는 “데이터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연결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며 “기업마다 목표와 전략이 다른 만큼 시스템도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디지털 전환 단계가 어디에 있든 가장 적합한 로드맵을 함께 설계하고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에머슨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에머슨은 올해 말 델타V의 최신 버전(v16.LTS)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기반 AI가 기존 제어 코드를 자동 분석·변환하는 ‘델타V 리뱀프(Revamp)’ 기능으로 공장 현대화에 드는 시간과 비용, 다운타임 리스크를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아스펜테크’와의 기술 통합으로 현장 데이터를 AI가 즉시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했으며, 신규 ‘델타V IQ 컨트롤러’는 서버급 연산 능력을 갖춰 웹 브라우저를 통한 원격 모니터링·제어까지 지원한다. 아스펜테크는 에머슨의 자회사로, 공장의 화학·정유 등 복잡한 공정을 컴퓨터로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해주는 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다.
린드옘 사장은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자율 운영 플랜트’ 시대를 앞당길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