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업스테이지 건을 1심에서 기각하고 LG(003550)가 항소하는 등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취재에 응한 AI 업계 관계자들은 LG의 대응이 대기업으로서 지나치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그렇다면 LG는 왜 주니어 연구자의 이직에 소송까지 불사한 것일까. LG는 일반적인 연구자의 이직을 막은 적은 없다며, 이번 조치는 핵심 R&D 자산과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사례라는 입장이다.
반면 업스테이지와 KT(030200)는 통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쳤고, 이직자의 현재 업무도 이전 업무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직자가 보유한 정보 역시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
LG AI연구원은 업스테이지로 이직한 A씨를 단순한 ‘석사 2년 차 주니어 연구원’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A씨가 사후학습 과정에서 축적한 성공·실패 경험과 시행착오 역시 중요한 R&D 자산이라는 주장이다.
LG는 “A씨가 재직 당시 상위 5% 핵심 연구인력에게 제공되는 리텐션 보너스와 사내 포상, 상위고과를 받았으며, 퇴사 당시 기본연봉 15% 인상과 3년간 매년 2000만원의 추가 리텐션 보너스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업스테이지가 임시주총일인 4월 30일 이전에 입사해야 스톡옵션을 4+4(총 8억원)로 부여할 수 있다며 업스테이지 사후학습 시작 시점에 맞춰 입사할 것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업스테이지는 LG 측 주장을 반박했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공개채용을 통해 해당 직원이 직접 지원한 것이며, 처우 수준도 회사 내 2년 차 경력 직원들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직원은 AI 모델 사후학습(post-training) 실무를 담당하는 주니어 개발자”라며 “이전 소속에서 다뤘던 사후학습 기술 영역과 다른 영역을 담당하고 있어 타사 기술 침해나 노하우 유출 등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업스테이지는 A씨가 특정 프로젝트나 기술을 겨냥해 영입된 인력도 아니라고 밝혔다. LG AI연구원(K-EXAONE 2.0)과 업스테이지(Solar Open2)의 독파모 2차 심사 모델 기술 보고서에 A씨가 기여자로 모두 이름을 올린 점에 대해서도 기술 리포트를 전부 공개해 검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AI 업계에서는 전직금지를 인재 확보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AI 기술업체 대표는 “핵심 인재를 지키려면 전직을 제한하기보다 시장 가치에 맞는 처우를 통해 붙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등 국민성장펀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AI 기업들이 같은 생태계에서 인재를 놓고 고액 연봉으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인력 이동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직금지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경우 국내 AI 산업 전체의 인재 이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AI 전문가는 “LG AI연구원 독파모 2차 개발에 A씨가 참여했더라도 1명 인력의 퇴사로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AI 인재의 전직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국내 AI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수 인재의 이동과 창업, 기술 확산이 AI 산업 성장의 중요한 동력인 만큼 전직금지는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도 “연구자 개인의 보상뿐 아니라 지식 확산 등 국가적 AI 인재 확보를 위해서도 전직금지는 제한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AI 인재 소송…‘이직’보다 비공개 정보가 쟁점
미국에서도 AI 기업 간 인재 영입이 영업비밀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xAI는 전직 직원의 오픈AI 이직 과정에서 기밀정보가 넘어갔고 이를 활용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도 경쟁사 이직 자체보다 전직 직원이 실제 기밀정보를 취득·사용했는지, 경쟁사가 이를 활용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애플과 오픈AI를 둘러싼 분쟁에서도 전직 직원들의 내부 시스템 접근과 공급업체 정보 등 비공개 자료의 취득·활용 여부가 문제로 제기됐다. 미국에서도 경쟁사 이직 자체보다는 보호 대상 정보가 무엇인지, 해당 정보가 실제로 이전되거나 사용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방식으로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023년 네이버가 SK텔레콤으로 이직한 AI 전문가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소송전으로 비화하진 않았다.
AI 산업의 인재 경쟁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통신·플랫폼·제조업체까지 AI를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인재 확보 경쟁이 산업 경계를 넘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문이나 오픈소스 등을 통해 습득한 일반적인 AI 기술과 연구자의 경험까지 특정 기업의 자산으로 묶기는 어렵다. 반면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축적한 비공개 데이터와 실험 결과, 내부 평가자료, 구체적인 학습 방식 등은 영업비밀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독파모 등 국가 AI 프로젝트와 관련 예산이 확대되면서 기업 간 인재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국가 예산과 컴퓨팅 자원을 투입해 AI 생태계를 키우는 상황에서 기업의 R&D 투자와 영업비밀은 보호하되, 국가 AI 경쟁력의 핵심인 인재 이동까지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소송이 국가 AI 프로젝트를 둘러싼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와 연구자의 전직 자유 사이에서 법적 보호의 경계를 가늠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비 한 방울 안 내린 네팔...'대홍수' 재앙 터진 이유 [영상]](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8/PS26082800025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