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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난에 불가피"라지만…난개발·미래 기회 박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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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환 기자I 2026.10.29 0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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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풀베팅, 30년 뒤 서울은②]
정비사업지 39% 종 상향…고밀 아파트 급증
과거 고밀 개발에 용도지역 제시…무력화
공급 절벽에 불가피 측면도…“일시적 필요”
난개발·미래 기회 박탈…“적정 수준 찾아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최근 공급난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정비사업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용적률을 최대치로 끌어쓰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약 30년 전 서울 팽창기 당시 고용적률 개발이 성행하다 각종 문제를 일으키며 이를 제어하기 위해 용도지역이 설정됐는데 이마저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공급난과 고밀개발 사이 일정 수준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온 강남구 압구정동·청담동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온 강남구 압구정동·청담동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정비사업 39% ‘종 상향’…용도지역 ‘무력화’

28일 이데일리가 2023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103곳을 분석한 결과 40곳(38.8%)이 용도지역 상향을 적용받았다. 이미 제3종일반주거지역 또는 준주거지역, 준공업지역이었던 곳이 41곳, 용도지역을 유지한 곳이 22곳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용도지역제는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개발의 종류와 밀도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초 1990년대에는 전용주거지역,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 등 크게 나뉘어 있었으나 1990년대 용적률 400%에 이르는 고밀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지역 특성에 관계없이 높은 용적률이 적용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로 당시 1983년부터 1993년까지 재개발로 해제된 공원녹지는 195만 8394㎡로 축구장 약 274개 규모, 여의도공원의 약 8.5배에 달한다. 1995년 225개에 불과하던 서울 만성정체 도로는 고밀개발이 끝난 2002년 457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자가용 승용차 보유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도로 등 기반시설을 고려하지 못한 개발로 인해 이 같은 결과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2000년 도시계획법 개정에 따라 일반주거지역은 제1~3종으로 세분화돼 지역별 적정 밀도를 관리하는 체계가 본격화됐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1990~2003년 지어진 단지 수는 1931개로 총 72만 3692가구다. 이곳의 평균 용적률은 293.1%로 300%에 육박했다. 이는 1989년 이전의 평균 용적률(155%)의 2배가량이다. 1990년대 당시 주택 부족으로 인해 용적률을 높여 최대한 많이 지었고 이에 따른 교통 대란, 기반 시설 부족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용도지역제를 통해 밀도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최근 주택 공급 절벽이 심해지며 밀도 관리 원칙을 사실상 우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사비가 뛰며 사업성이 나오지 않은 정비사업지에서 사업이 진행되도록 하는 방안은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성 제고 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35층 제한 룰’ 폐지를 시작으로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허용용적률 인센티브 부여) △현황용적률 인정 △1·2종 용적률 완화 △종상향 공공기여 완화 △준공업지역 용적률 최대 400% 적용 △재정비촉진지구 용적률 1.2배 적용 △역세권 용적률 1.2배 적용 등 각종 용적률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게다가 그간 조례 용적률로 제한받던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용도지역별 상한 용적률까지 한시적으로 용적률 완화를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서울시의 정책 움직임에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추진 27년 만에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1999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하던 은마아파트는 2017년 높이 규제로 인해 좌초됐다가 최근 서울시의 높이 규제 완화와 역세권 특례를 적용받아 내년 여름방학 이주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기존 204%의 용적률(기존 4424가구)에서 역세권 용적률 특례 적용으로 331.9%, 5850가구로 재탄생한다.

공급 절벽에 불가피하지만…“적정 용적률 찾아야”

게다가 정부여당이 공공재개발 최대 용적률을 130%, 민간재개발 최대 용적률을 120%까지 추가로 완화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보다 더 고밀개발이 가능해지는 환경이 도래하는 것이다. 게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이 같은 기조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공급 절벽 상황에서 용적률 완화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서울은 ‘팽창기’이기 때문에 수십 년 뒤 인구구조 변화로 축소기가 도래한다면 지금과 같은 고밀 개발이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공사비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용적률 완화 없이는 집을 못 짓게 되고 공급 부족에 집값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며 “용적률 ‘풀베팅’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일시적 종 상향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10년 정도가 지나면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주택 수요도 꺾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묻지 마’ 식 용적률 완화로 도시계획 청사진이 없는 주먹구구식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문도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겸임교수는 “과거 강남이 처음 개발됐을 때 교통 혼잡도가 100이라고 하면 지금은 250정도다. 이미 마지노선”이라며 “인프라 확보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아파트를 마구잡이로 짓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사업성을 위해 미래의 개발권을 당겨 쓸 경우 수십년 뒤 집이 낡았을 때 추가 개발할 여력이 사라진다. 결국 다음 정비사업을 위해 또 다시 종 상향하거나 용적률을 완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개발 전문가는 “결국 미래에도 용적률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더 완화할 경우 도시 생활 환경 자체가 망가질 것”이라며 “이제는 ‘상한 용적률’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적정 용적률’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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