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유행 타지 않고 오랫동안 좋은 건물로 남을 ‘우아한 비례’ 안(案)이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
지난 2008년부터 ‘삼성의 심장’으로 역할하고 있는 삼성 서초사옥. 이 건물을 설계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 세계 건축계는 건물 외관을 비틀거나 곡선으로 휘게 한 비정형 건축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었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독특한 건축물로 도시 이미지 자체를 바꾸려는 ‘빌바오 효과’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런데 삼성의 선택은 달랐다. 당시 설계에 참여한 황재식 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장에 따르면 공동 설계를 맡은 미국 건축설계회사 콘 페더슨 폭스(KPF)는 서초사옥 디자인으로 우아한 비례 외에 ‘비틀린 커튼월’, ‘극적인 조각’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황 소장은 2011년 당시 대한건축학회지에서 “설계진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기울었지만 삼성은 가장 절제된 디자인을 택했다”고 전했다. 화려한 곡선, 파격적인 조형물 대신 수직과 수평을 강조한 각진 타워는 그렇게 탄생했다. 삼성 최고위임원 출신 한 인사는 “글로벌 기업 본사로서 시간이 지나도 시대를 타지 않는 단단함을 구현하려 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강남이라는 도시 맥락 속에서 절제된 배경 역할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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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는 ‘총수의 결단’이 있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11년 4월 C동 42층 집무실로 처음 출근했다. 선대회장의 출근 자체가 곧 메시지였다. 현재 C동에는 이재용 회장의 집무실이 있다. 이 회장이 주요 빅테크 수장들을 만나며 ‘포스트 반도체’를 그리는 곳이 서초사옥이다.





